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세계 해운업계 위기의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해운 수요가 마비되며 컨테이너선·벌크선·유조선 모두 물동량이 줄거나 운임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운업황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벌크 화물 운임지수(BDI)는 지난 10일 411로 내리면서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보다 83.68%나 하락한 수준이다. 13일에도 BDI는 421에 그쳤다. BDI는 1985년 1월(1,000)을 기준으로 산정한 운임지수로, 지수가 낮아질수록 해운업황이 나쁘다는 의미다. BDI 산하 지수이자 세계 경기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케이프사이즈(남아프리카공화국 리처드베이에 입항 가능한 최대 선박) 운임지수인 BCI는 지난달 31일 1999년 집계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급락했다. 배를 띄우면 손해를 보는 셈이다.
컨테이너선도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11개 해운 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을 반영하는 세계컨테이너지수(WCI)를 보면 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평균 현물 운임은 지난달 2일 1,832달러에서 이달 13일 1,672달러로 한 달 새 8.71% 떨어졌다. 덴마크 해사 정보업체 시인텔리전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컨테이너 35만개가 줄어들며 세계 해운업계가 매주 3억5,000만달러(약 4,1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추산했다. 버텼던 유조선 시장 경기도 싸늘하게 식고 있다. 중동에서 극동항로를 오가는 초대형유조선(VLCC) 운임지수(WS)는 1월 137에서 7일 현재 40으로 70.8% 떨어졌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요 산유국은 하루 60만배럴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중국 춘제로 급격히 물동량이 감소한 가운데 코로나19로 예년에 비해 더 힘든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시장 긴급점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정기선사들이 미주노선에 대해 2~3월 두 달간 총 82회의 임시결항을 발표했으며 이 중 약 26%인 21회가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라훌 카푸어 IHS마킷 부사장은 “세계 2위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가 오늘날 세계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특별하다”며 “건조 벌크나 유조선 등 상품선박 부문이 직격탄을 맞으며 해운 수요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