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심각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034020)이 결국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일자리 창출’을 최고의 정책으로 삼겠다던 정부가 탈원전 정책 속도 조절에 실패하며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관련기사 12면
두산중공업은 18일 만 4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20일부터 오는 3월4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이번 명예퇴직 대상인 45세 이상 직원은 전 사업 부문에 걸쳐 2,600명가량이다. 두산중공업은 신청자에게 근속연수에 따라 법정 퇴직금 외에 월급의 최대 2년치를 지급하며 20년차 이상 직원에게는 위로금 5,00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또 최대 4년간 자녀의 학자금, 경조사, 건강검진비용 등을 제공한다.
두산중공업은 수년간 이어진 영업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조정·유급휴직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벌여왔지만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인력감축 카드를 꺼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수년간 세계 발전 시장 침체와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가스터빈으로의 사업전환 등을 꾀했지만 실적 악화가 이어져 불가피하게 명예퇴직을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이 인력 구조조정 상황을 맞은 것은 핵심 수익원인 원자력발전 사업이 붕괴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아 수주절벽에 내몰렸다. 실제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이 백지화된 후 두산중공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신뢰를 잃으며 수출시장에서도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두산중공업이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린 것은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른 수주 부진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끼칠 영향에 대한 치밀한 검토 없이 에너지 정책을 성급하게 바꿈에 따라 멀쩡했던 기업마저 직원을 내보내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원자력 발전의 경우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 육성했었을 만큼 확고한 미래비전이 있었다. 하지만 이 정부 들어 급작스레 이뤄진 ‘탈원전’ 선언으로 민간기업으로서는 대처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8일 두산중공업에 따르면 수주잔액은 지난 2018년 1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4분기 14조6,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정부가 2017년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일감이 뚝 끊긴 것이다.
원전 공장 가동률은 2017년 100%에서 지난해 75%까지 떨어졌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등에 대한 기자재 납품이 마무리되는 올해는 10% 미만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에 따른 손실도 부담을 더하고 있다. 원전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제작에 투입된 비용 5,000억여원을 비롯한 투자금, 기자재 보관 비용까지 합치면 매몰비용이 최소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두산중공업의 핵심인력들도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이미 회사를 많이 떠났다. 2016년 7,057명에 달했던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000명대로 줄었다. 협력업체들도 고사 위기에 몰려 있다. 53개 사내 협력업체의 인력은 2016년 1,171명에서 2018년 1,002명으로 감소했으며 경남도 내 280여개 중소 원전 협력업체도 일감이 없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사업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임원 감축, 유급순환휴직, 계열사 전출, 부서 전환 배치 등 강도 높은 고정비 절감 노력을 해왔지만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인력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명예퇴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소형모듈원전(SMR) 수출을 비롯해 가스터빈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7년 말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노후 복합발전소, 석탄발전소 리파워링을 고려하면 오는 2030년까지 국내 가스터빈이 필요한 복합발전소 신규 건설 규모는 20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갈 계획이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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