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감독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여덟 차례에 걸쳐 장내에서 HDC 주식 48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자금은 정 회장으로부터 차입해 마련했다. 이로써 엠엔큐투자파트너스의 HDC 지분율은 2.53%로 확대됐다. 특수관계자 중 정 회장(33.68%)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2017년 10월 정 회장의 지분 100%로 설립된 회사로 현재 대표이사는 정 회장의 부인인 김줄리앤(한국명 김나영)씨가 맡고 있다. 설립 시기는 HDC그룹이 지배구조 변화를 도모하던 때다. 2017년 HDC그룹은 지주사(HDC)와 사업회사(HDC현대산업개발(294870))로의 인적분할을 공식화하며 지주사 전환의 닻을 올렸다. 당시 정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20%에도 못 미쳐 지배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때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템플턴이 지분을 대거 확보하며 정 회장 일가가 2대 주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듬해 지주사 출범으로 정 회장은 지배력을 갖췄지만 순환출자 고리 해소라는 숙제가 남았다. 지난해 4월 HDC아이서비스 등 3개 계열사는 HDC아이콘트롤스 지분을 모두 매각하며 3개의 고리도 끊어냈다. 하지만 HDC와 HDC아이콘트롤스 간의 상호출자는 여전했다. 마지막 해소 창구는 엠엔큐투자파트너스였다. 이달 7일 HDC아이콘트롤스는 보유 중이던 HDC 지분 약 110억원어치(106만4,130주)를 엠엔큐투자파트너스에 매각했다. 이로써 ‘HDC→HDC아이콘트롤스→HDC’로 이어지는 고리를 해소했다. 정공법은 정 회장 혹은 HDC가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그룹의 재무 여력이 총동원되자 이 같은 방식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하기 위해 지주사 지분을 넘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승계에 활용하는 방안이다. 직접 HDC 지분을 매입하는 것보다 비상장사이자 사업가치가 낮은 엠엔큐투자파트너스를 물려받으면 훨씬 싼값에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아이서비스(10.61%)와 HDC아이앤콘스(4.79%), HDC자산운용(48.07%)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17년 말 세 아들에게 HDC자산운용 지분을 각각 13%씩 넘겨주며 승계의 첫 단추를 끼웠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비상장사의 가치를 올려 승계의 디딤돌로 이용하는 방법은 가장 오래된 방식”이라며 “엠엔큐투자파트너스가 지주사의 장내 매입을 지속하는 등 그룹 내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분거래에서의 활용도는 다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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