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방영한 ‘너를 만났다’라는 휴먼 다큐멘터리가 화제다. 이 프로그램은 혈액암으로 일곱 살 딸을 떠나보낸 어머니가 가상현실(VR)기술을 통해 딸을 다시 만나는 감동적인 순간을 그려내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붉혔다. 이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그만큼 과학기술이 우리 삶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과학기술은 미래 우리 삶에 있어 얼마나 더 중요해질까. 지난 1945년 광복 후 수십 년간 우리 국민들은 경제발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가난에서 벗어나 배부르고 풍족한 미래를 꿈꿔왔다.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은 경제발전을 위한 수단 정도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 과학기술은 단순히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 삶의 가치를 높이고 자원고갈·기후변화·환경오염 등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과학기술은 미래 삶을 설계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자산이 된 것이다.
이에 정부는 1999년·2010년에 약 10년 주기로 과학기술 기반의 국가 미래전략을 수립해 과학기술의 장기목표를 설정하고 국민의 미래 삶에 대비해왔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가상·증강현실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으며 변화의 폭과 속도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2020년 현재 선제적으로 변화를 예측하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과학기술 미래전략이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4월부터 산·학·연 리더급 전문가로 구성한 ‘2045 미래전략위원회’를 운영해 오는 2045년을 바라본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수립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략은 국가의 미래를 국민과 함께 준비하는 의미에서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이 희망하는 미래 과학기술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리고 이러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정책 분야별 전문가 의견을 모아 ‘우주·심해·극지 등 미지의 공간 개척’ ‘증강인간·인공지능을 통한 인간의 신체적·지적 능력 향상’ 등 미래 도전과제를 제시했다. 또한 도전과제를 달성하는 데 밑바탕이 되는 ‘인류 한계를 극복하고 도전을 촉진하는 연구개발체제’ ‘글로벌 의제를 주도하는 과학기술 리더십 강화’ 등 과학기술 정책목표와 방향도 설정했다.
다가올 2045년은 광복 100주년으로 우리나라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해이다. 또한 한 세대를 지나 다음 세대를 맞이하는 시간을 25년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다음 세대가 살아갈 미래를 준비하는 의미도 있다. 이번 과학기술 미래전략이 과거와 현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우리가 소망하는 미래에 다가갈 수 있도록 과학기술의 장기적인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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