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낚싯배 위의 아버지는 유난히 진땀을 흘렸다. 더운 여름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고기 산란상에서 미끼 띄우는 법에 빗대 아들에게 ‘성교육’을 하려던 아버지는 무척이나 난처했다. 훗날 훌륭한 소설가가 된 아들 스콧 굴드는 열 다섯 살이던 그때만 해도 “이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다고 고백한다. 아버지는 낚시가 이 세상의 중요한 문제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은 분이었다. “아버지의 손에 들린 낚싯대가 물 위로 그려낸 우아하고 커다랗고 완벽한 곡선을 보았을 때 나는 앞으로 내가 만난 세상에 대해 뭔가를 배웠다는 것을 알았다.”
책 제목 ‘우아하고 커다랗고 완벽한 곡선’을 그려낸 것은 다름 아닌 낚싯줄이다. 원제가 ‘Gather at the River’인 이 책은 아름다운 문체를 다루는 것 만큼이나 낚싯대에 미끼 거는 일과 낚싯줄 풀어내는 일이 능숙한 25명의 작가들이 낚시를 화두로 쓴 수필집이다.
낚시얘기지만 물고기에 관한 사연은 별로 없다. 이들은 낚시를 통해 삶을 물에 빗대고 관계맺기와 사랑과 우정을 터득했다. 레이 맥매너스는 “사람은 자신이 태어난 지역의 물을 닮는다”고 했고, ‘조 피케트’시리즈의 작가 C.J.박스는 “내가 죽으면 내 재를 부디 엔캠프먼트강에 뿌려달라고 할 생각”이라며 야성적이고 도전적인 강의 매력을 묘사한다. 극도로 정적인 낚시를 이토록 깊은 사색과 유려한 문장으로, 각자의 색깔을 담아 써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1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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