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안 지표 없이 갑작스럽게 내재가치(EV)를 공개하지 않은 점은 유감입니다. 정확한 현황파악을 위해 다시 공개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2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전날 개최한 기업설명회(IR)에서 EV 지표 비공개 방침을 정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기업공개(IPO) 직전인 지난 2009년부터 10년째 발표했던 EV 보고서를 올해부터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IR에 참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EV는 장기 상품인 보험의 특성을 반영, 계약을 체결한 후 현금흐름이 꾸준히 발생하는 보험사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어 모든 상장 생보사들은 연간 실적과 함께 상세한 EV 분석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입보험료나 자산 규모 등의 외형가치로 보험사의 가치를 평가했다.
그러나 저금리와 보험시장 포화로 성장이 둔화되면서 더 이상 외형경쟁이 무의미해지자 핵심성과지표(KPI)로 EV를 활용하는 보험사가 늘어났다. 미래 보험 손익의 실제 가치를 볼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는 EV를 영업조직 평가지표로 활용하고 있고 보험사 IPO나 인수합병(M&A)에서도 EV가 가격산정의 기초가 된다.
그러나 이날 한화생명 IR 담당자는 “‘시가총액 대비 내재가치(P/EV)’가 회사의 가치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에서만 EV를 발표하고 있다”며 “회사 가치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평가방법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EV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저금리로 현금흐름이 급격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고금리·확정금리형·저축성 상품 비중이 높을수록 금리 하락 시 현금흐름도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생명이 공개한 EV 민감도 테스트를 보면 시중금리가 0.5%포인트 떨어질 때마다 한화생명의 EV는 3,050억원씩 감소한다. 실제로 2017년 1조1,350억원이던 보유계약 가치는 1년 만에 3,650억원으로 약 3분의1로 쪼그라들었다.
IR 말미에 한화생명은 “추후 자료를 제공하겠다”며 수습에 나섰고 결국 다음날 애널리스트들에게 EV 보고서를 배포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보고서를 통해 우려를 표했다. 대신증권은 “최선을 다해도 환경이 녹록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이라는 평가를 내놓았고 DB투자증권은 “역마진 구조 및 신상품 금리구조의 큰 개선이 없다면 긍정적 접근은 쉽지 않다”며 목표주가를 2,500원에서 2,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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