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으로 식자재 유통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킨 마켓컬리가 기업가치 1조원을 기준으로 다섯 번째 투자유치에 나섰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위상이 재평가되는 상황에서 상장전 투자유치(Pre-IPO)에 성공하면 우리나라 12번째 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다만 최근 신세계 등 대형유통업체와 쿠팡 등의 새벽배송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더파머스는 최근 외국 투자자를 중심으로 프리IPO 시리즈E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와 힐하우스캐피탈 등 중국계 재무적투자자(FI) 등으로부터 1,350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투자에 참여했던 FI는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를 5,400억원으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2월 50억원을 시작으로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2,250억원이다.
이번 투자유치에선 투자금의 기준이 되는 기업가치는 1조원에서 1조2,000억원 가량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투자유치 규모는 2,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컬리가 1조원의 기업가치로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면역치료제를 제조하는 바이오기업 에이프로젠에 이어 우리나라 12번째 유니콘이 된다.
지난 2015년 3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8년 기준 1,571억원까지 불어나 있다. 4년 만에 52배 달하는 성장이다. 2019년 들어 한류스타인 배우 전지현 씨를 광고모델로 앞세워 결제액을 크게 늘린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도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성장한 만큼 쏟아부어야 할 돈도 급격히 늘었다. 상품 원가율인 높은 포장 배송업의 특성상 충분한 규모로 성장하기 전까지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 실제로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영업손실이 2017년 124억원에서 2018년 337억원으로 세배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코로나19는 마켓컬리 등 온라인에 기반한 업체들의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팡의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는 주문 폭주로 배송 지연사태가 빚어지기까지 했다. 이 같은 성장세를 발판 삼아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음에도 투자유치에 성공할 것이란 낙관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투자유치의 성공 여부를 놓고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최근 환매 중단 사태를 겪고 있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인 알펜루트가 구주 매각에 나선 것은 악재다. 알펜루트는 김슬아 대표에 이어 ‘몽블랑앱솔루트1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를 통해 마켓컬리의 지분 21.5%(2018년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다. 알펜루트의 지분을 인수한 새 주주가 누구냐에 따라 투자유치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와 쿠팡 등 유통 ‘공룡’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헬로네이처와 오아시스마켓 등의 후발주자도 급격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켓컬리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유통 대기업과 비교하면 성장의 한계가 있는 점은 투자유치에 있어서 변수로 꼽힌다”고 말했다.
/김상훈·조윤희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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