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성적과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때는 간부 사원이라 하더라도 회사에 입증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현대자동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간부사원 근로자 A씨의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92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2018년 낮은 근무성적·태도를 이유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A씨는 중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다. 중노위는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사측의 재심 청구 역시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현대차 측은 “중노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A씨가 간부사원으로서 오랜 기간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했고 업무 내용도 통상적 수준에 한참 미달해 해고가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회 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는 통상해고 사유가 인정되고 해고와 관련한 절차도 충분히 보장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 측은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 처분을 내린 것은 사측이 해고 사유에 관한 증명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해고 자체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증명책임은 사용자 측에 있다”며 사측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근무태도가 불량한 저성과자에게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를 한다면 원고가 통상해고를 부당한 근로자 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측의 주장과 달리 법원은 A씨에게 일정한 업무 성과가 있었고 성실하게 근로를 수행하려는 태도가 있었다고 봤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