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지난 1995년 전자문서와 리포팅 솔루션 기업인 포시에스를 설립하고 26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성공한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지만 박 회장도 위기가 없지 않았다.
포시에스는 2002년 정보기술(IT) 붐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우회상장을 위한 합병기업이 경영난을 맞아 10년 만인 2012년 상장폐지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포시에스는 드라마틱하게 2015년 코스닥 시장에 재상장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박 회장은 더 단단해졌다. 회사가 일정 정도로 커지면서 주변에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아이템이라며 같이 해보자는 유혹도 많았지만 정중하게 거절하며 돌려보냈다.
박 회장은 “남은 저렇게 쉽게 돈을 버는데 나만 순진하게 돈을 버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며 “그러나 (창업해서) 돈을 쉽게 벌려고 하거나 돈 버는 것만을 목표로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늘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게) 경계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회사를 경영하면서 “전 세계 사람이 포시에스의 제품을 사용하게 만들자”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래야 돈을 목표로 했을 때보다 과정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CEO로서 박 회장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루하루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미래가치를 꾸준히 만들어가며 성장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 회장은 창업 이후 임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해왔다. 박 회장과 오랫동안 같이해온 직원들은 물론 갓 입사한 신입 직원들도 집안의 대소사를 얘기할 정도다. 그렇다고 남들 하듯이 직원들과 단체 회식을 하거나 등산을 같이하는 ‘아재식 경영’은 지향하지 않는다. 박 회장도 초기에는 직원들과 가까워지려고 회식 등 온갖 노력을 해봤지만 실패했다. 박 회장은 이런 노력 끝에 한가지 비결을 터득했다. 바로 직원들의 가족을 내 가족처럼 챙기는 것이다. 박 회장이 창립일이나 송년회에 모든 임직원의 가족까지 초청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직원들끼리 늦은 시간이 되도록 술을 마시는 등 일반 회사의 흔한 송년회 풍경을 포시에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박 회장은 “임직원 자녀들에게 일일이 선물을 하는데 천편일률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미리 자녀가 원하는 리스트를 파악해 준비한다”며 “매년 행사를 진행할 때마다 쑥쑥 커가는 직원 자녀들을 보면 한가족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0년째 근무 중인 한 직원의 아내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고 뭉클했다고 한다.
사옥 내부도 젊은 직원들이 선호하는 인테리어로 바꾸고 편의시설도 꽉 채웠다. 사옥 6층은 낮에는 직원들의 구내식당으로, 저녁에는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는데 이곳에서 한 달에 한 번 ‘비어데이’를 연다. 전원 참석이 아니라 원하는 직원들만 신청을 받아 음식과 맥주를 무한정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가끔은 ‘와인데이’도 연다고 한다. 참가 복장을 통일하는 드레스코드를 공지하면 직원들의 반응은 더 폭발적이다. 소소한 이벤트로 회식을 대체하고 부서장이 아니라 직원들이 앞서 주도하다 보니 자연스레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직원을 가족처럼’ 대부분의 CEO에게는 쉽지 않은 화두지만 박 회장은 오래전부터 ‘경영철학’으로 체화한 듯 보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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