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작년 말보다 4.6% 떨어졌다. 환율이 달러당 1,156.4원에서 1,209.2원으로 53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소비·투자가 급격히 저하해 국내 경기가 채 회복도 전에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외환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원화를 대거 팔아치운 때문이다. 미국 경기가 최장기 확장세를 지속하며 증시도 호조를 보여 달러 인기가 오른 측면도 있다.
원화 가치는 특히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경제가 일대 타격을 입으면서 한국이 가장 크게 유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돼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고정환율제를 채택한 중국을 비롯해 한국·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러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대 신흥국 중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률은 올 들어 3번째로 컸다. 원화 보다 가치가 더 떨어진 것은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브라질 헤알화(-8.6%)와 남아공 랜드화(-7.4%) 정도였다.
다만 달러가 위세를 떨치면서 신흥국 뿐 아니라 엔화나 유로화 등 선진국 통화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7달러로 떨어져 2017년 4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최저가 됐다. 지난 17일 일본은 작년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분기 만에 역성장해 -1.6%를 기록했다고 발표해 시장에선 엔화 투매가 촉발되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112.22엔까지 급등해 엔화 가치는 작년 4월 말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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