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삼성전자(005930)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0’와 ‘갤럭시Z플립’을 생산하는 경북 구미공장이 일시 폐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2일 구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구미사업장을 24일 오전까지 폐쇄한다고 23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구미사업장의 전 직원들을 조기 귀가시키고 확진자와 접촉한 동료들은 자가격리해 검사를 받도록 했다. 구미사업장은 24일 오후부터 재가동될 예정이며 확진자가 근무한 층은 25일 오전까지 폐쇄하고 정밀 방역을 실시한다.
최신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코로나19에 뚫리며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사업장 셧다운으로 수출과 내수 판매에 차질이 불가피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소독과 역학조사 등으로 장기간 가동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산 부품 조달이 끊기며 생산 차질을 겪은 데 이어 대구·경북지역의 부품공장이 잇따라 폐쇄될 경우 완성차 전체 휴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크다. 아울러 대구·경북지역에는 자동차부품 업체를 비롯해 전기·전자, 섬유, 화학기업 등이 대거 모여 있어 연쇄적인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일시 폐쇄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위치한 구미국가산업단지에는 LG전자(066570)·SK실트론·LG디스플레이 등 2,600개 기업이 모여 있다. 구미산단에서 30㎞가량 떨어진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인원은 5만여명으로 전체 구미산단 근로자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자동차부품 공장이 모인 경북지역에는 현대·기아차(000270)의 1차 협력사 60여곳이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와 한국GM·르노삼성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에서 조달하는 부품인 와이어링하니스의 재고가 고갈되며 이달 초부터 몇 차례 휴업을 연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경북지역 부품 업체마저 코로나19로 가동을 멈추면 완성차 업체의 휴업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국내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사인 서진산업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사망함에 따라 방역을 위해 공장을 폐쇄했다. 이 회사는 자동차 범퍼, 클러치 등을 생산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대규모 생산시설이 밀집한 울산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울산에 공장이 있는 현대차(005380)는 방역 강화에 나서며 선제적인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 3만명이 근무하는 현대차 울산공장에는 직원들이 ‘컨베이어벨트’인 생산라인을 따라 줄지어 근무하기 때문에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감염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모든 공장 출입문에 열화상 카메라를 배치해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퇴근 시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전자 업계와 석유 업계도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 사업장에서 방역을 확대하는 등 선제조치에 나섰다. 2만7,000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사업장인 현대중공업은 주말이 끝나고 근로자들이 출근하는 24일부터 울산 본사 주요 출입문 7곳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체온을 재기로 했다. 또 필수 업무 관련 외부자만 공장 내 출입을 허용하고 다른 방문객은 출입을 전면 통제하기로 했다.
대구·청도와 가까운 경북 구미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LG계열사들은 21일부터 대구·청도 거주자와 방문자의 사업장 출입을 금지했다. 도레이첨단소재도 구미에서 발생한 두번째 확진자의 남자친구가 구미공장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직원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긴급 방역작업을 벌였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관리직 직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이 직원이 근무하던 사무동 일부를 폐쇄 조치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업장 폐쇄를 막기 위해 비상 모드를 가동하며 감염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아직 생산 및 공급 차질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볼 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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