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10시 대구 북구 칠성동 이마트 칠성점 앞. 이마트가 대량 확보한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줄이 수백 m나 늘어서 있었다. 이마트측이 일괄적으로 1인당 30장씩만 판매한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전화로 가족을 모두 부르는 시민들까지 있었다. 대부분은 마스크만 산 뒤 다른 상품은 구입하지 않고 서둘러 계산대로 향했다. 이날 이마트가 대구·경북지역 이마트 7개 점에 공급한 81만장은 오후 들어 동이 난 상 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 급증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불안감이 얼마나 큰 지 역력하게 드러난 현장이었다.
이처럼 북적이는 이마트와 달리 대구 시내는 일상이 사실상 거의 멈춰 섰다. 정부는 전날 대구 지역에 대해 앞으로 2주간 외출 자제 및 이동 제한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권고 이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목욕탕이나 상가 등은 선제적 폐쇄에 들어가는 곳이 많은 상황이다. 휴업 명령을 받은 유치원, 초중고교는 물론 학원마저 거의 문을 닫았다. 24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학원과 교습소 등 7,441곳 가운데 94%인 6,982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 교육청은 나머지 학원·교습소에서도 휴원을 권고 중이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공무원, 교사, 의료인, 금융기관 종사자 등 다중을 접촉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신도시에 위치한 농협 경북본부에서는 한 직원(48)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북농협은 건물 4층에서 함께 근무한 직원들을 자가격리하고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 일부 시설을 폐쇄하고 필수인원만 근무에 들어갔다.
지난 20일 폐쇄됐던 수성구 범어동의 21층 삼성화재 건물은 방역소독을 거쳐 이날 문을 열었으나 확진자 1명이 추가 발생함에 따라 해당 층 근무자를 자가격리 조치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수성구 범어동 한 증권사에 근무하는 김모(45)씨는 “출근해 부서별로 직원들의 열을 체크해 보고하는 것이 업무가 돼 버렸다”며 “점심도 외부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도시락을 주문해 자기 자리에 앉아서 먹는 등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선 보건소에서 방역업무를 총괄하는 공무원이 신천지 신도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20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통보받은 신천지 신도 명단에 서구보건소 감염예방의약팀장이 포함된 것을 알고 즉시 자가격리를 권고했으며 22일 검체조사를 받아 23일 확진자로 판명났다”고 말했다. 시는 서구보건소에서 함께 근무한 직원 50여명에 대해서도 즉시 자가격리 조치를 내렸다.
가뜩이나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던 전통시장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찾은 북구 칠성시장은 상인 외에 오가는 손님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시장은 대구역에서 가까운 데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 대형마트 등을 끼고 있어 평소에는 손님이 북이던 곳이다.
돼지갈빗집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월세는 110만원씩 꼬박꼬박 내야 하는데 나흘째 10원 한 푼 못 벌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커피머신 등을 판매하는 한모(56)씨는 “지난주부터 찾아오는 고객이 거의 없다”며 “문의 전화도 5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매출 급감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용 축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운동용품 업주는 “정말 손님이 한 사람도 오지 않는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직원 몇 명을 그만두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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