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보단계가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된 가운데 빨리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정책도 중요하지만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학계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발언을 지양해야 한다며 입을 모아 강조했고 정계에서는 가급적 집회를 자제해달라는 주문도 내놨다. 한편 의료계에서는 충분한 병상 확보의 중요성을, 경제계에서는 손실을 본 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단 설명을 덧붙였다.
이 시점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은 실제 대구·경북 등 특정 지역이나 종교집단에서 집단 감염이 이뤄지면서 이들에 대한 비하 발언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환자에 대한 신상털이가 심각해지면서 확진자 정보공개의 적정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도 한 차례 일었다.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혐오발언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황경숙 성신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초창기에 ‘우한 폐렴’이라는 말이 나왔던 것처럼 국내에서는 ‘대구 코로나’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면서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회구성원들이 더 성숙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은 누구를 비난할 때가 아니라 코로나19를 빨리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국민이 정부정책을 잘 이행하는 ‘팔로어십’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주장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를 지지하라는 게 아니라 전문가들이 모인 질병관리본부의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를 믿으라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국민들의 팔로어십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코로나19 위기만큼은 정치공세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집회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집회를 열고자 하는 그 마음은 저 역시 결코 모르는 바가 아니다”라며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때”고 밝혔다. 이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겸 목사가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집회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집회 개최를 강행하고 있는 데 대해 자제를 요청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어 정부 정책에 대한 조언도 쏟아졌다. 먼저 뒤늦게라도 중국인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인 의존도가 높은 다른 나라들도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중국에서 확진자가 더 유입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격리 및 치료를 위한 병상 확보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특히 음압병상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전국 음압병상은 1,077개로 이미 사용 중인 것을 제외하면 683병상이 남는다. 확진자 수에 비해 부족한 수준으로 국내에서 두 번째 사망한 코로나19 환자(54세 여성)가 음압병상 부족 문제로 경북을 벗어나 부산까지 이송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는 경증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1만병상을 확보하고 중증환자를 위한 음압병상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실 수급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면서 “환자들을 분류해 음압병실·1인실·다인실·전용병동 등으로 분산 배치하고 지역별로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충분히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실 이런 투자는 위기 때마다가 아니라 평소에 이뤄졌어야 한다”면서도 “비말 형태로 전파되는 코로나19 특성상 경증환자라면 음압병상이 아니더라도 같은 병을 가진 분들을 일정한 거리 간격을 두고 코호트 격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호트 격리란 특정 질병 환자와 의료진을 동일 집단으로 묶어 관리하는 방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방역 등의 조치를 충실하게 이행하되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계층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소득층·자영업자처럼 직접적 피해를 입은 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정부가 직접 생산품을 구매해 이를 수요처에 전달하는 방식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부품 조달 길이 막힌 산업계는 부품업체를 공유하는 긴급 처방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박철우 산업기술대 부총장은 “단기적으로 국내에서 2·3차 부품업체를 공유하는 협조체계 구축을 통해 급한 불을 끄려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조양준기자 이주원·이희조·김인엽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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