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수탁진단검사기관인 씨젠의료재단이 지난해 9월 카자흐 알마티에 설립한 검사센터를 거점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포함한 주요 호흡기 질환 진단용 분자진단 시약과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현지 인허가가 완료될 경우 한국산 다중진단검사 시약의 CIS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씨젠에 따르면 진단검사 시약 ‘AllplexTM 2019-nCoV Assay’는 이 회사가 개발해 지난 12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의료기기 긴급사용(허가면제) 신청제품의 적합성 검토’를 거쳐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해당 시약과 함께 제공되는 호흡기 감염질환 진단 시약은 바이러스 19종과 박테리아 7종 등 총 26종을 동시 진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 COVID-19 청정국가로 알려진 카자흐스탄은 그동안 150여 명의 의심환자를 대상으로 러시아산 분자진단 시약을 활용한 진단검사를 시행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확인돼 아직 감염자가 없는 것으로 발표해왔다.
신종플루가 창궐한 지난 2009년 전세계적으로 확진자 670만여 명, 사망자 2만여 명이 집계되었을 때에도, 카자흐은 확진자 15명, 사망자 0명으로 발표했다. 카자흐의 확진자 수는 의료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한 아프리카의 투발루보다 적었으며, 국가별 집계에서 세계 180위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천종기 재단 이사장은 “중앙아시아에 호흡기 질환 확진자 수가 낮게 집계되는 현상은 현지의 진단기술 인프라와 관련 제도 및 정책 부족에 기인한다고 본다”며 “이번 지원을 계기로 현지 기관들과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공동연구를 통해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기여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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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직영 병원을 통해 진단검사 서비스를 수행하게 될 한국계 의료기업 ㈜메디컬파트너즈코리아(이하 MPK)의 김헌진 대표는 “경제발전 수준에 비해 의료 수준, 특히 분자진단 기술이 취약한 카자흐에서는 의료 선진국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 러시아산 진단검사 시약 활용에 대한 우려가 의료계 안팎에서 깊다”며 “뒤늦은 확진자 증가로 정부차원의 감염 통제와 격리치료 노하우가 부족한 카자흐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씨젠의 진단 시약과 재단의 첨단 분자진단 설비를 적극 활용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재단과 MPK는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 해외진출 프로젝트 지원 사업’에 2년째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진흥원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호흡기 진단검사 시약에 대한 긴급사용 허가 제도를 시행한 취지를 카자흐 보건부에 설명하였으며, 한국의 전염성 호흡기 질환의 조기 진단 기술을 활용해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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