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인 대체투자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오피스·물류센터·데이터센터와 같은 실물자산 투자에서 벗어나 해외 개발 사업에도 직접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모두가 경쟁하는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열어 더 큰 과실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미국 뉴욕 시청 맞은편 호텔 개발사업의 브릿지론을 집행했다. 브릿지론은 개발사업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전 진행되는 단기 대출이다. 기존 저층 건물을 49층 호텔로 재건축하는 사업인데 브릿지론 620억원을 전부 하나금투가 주관했다. 대출 기간은 최장 9개월로 기대 수익률은 국내 브릿지론 수준대로 알려졌다. 전체 금액 중 절반은 셀다운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기자본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나금투는 이번 딜을 통해 브릿지론 이후 진행될 총 2억달러(약 2,500억원)에 달하는 호텔 개발 C론(Construction Loan)의 우선협상권까지 따냈다. 만약 C론까지 맡게 되면 총 3,000억원 이상의 해외 현지 호텔 개발 프로젝트 전 과정을 국내 증권사가 주관하는 셈이다.
하나금투는 기존에 진행하지 않던 사업인 만큼 이번 투자와 관련해 상당히 오랜 기간 관련 내용을 깐깐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개발 사업의 토지 및 수익권을 담보로 잡는 것은 물론 사업 시행사가 운영 중인 투자 업체가 투자 예정인 에쿼티 금액을 현금 담보로 확보해 신용을 보강했다.
여기에 저층 건물을 초고층으로 재건축함에 있어 일종의 용적률 거래제와 같은 방식으로 인근 건물의 공중권(air right)을 매입, 건축가능 면적을 늘리는 등 복잡한 딜 구조를 풀어내는데 하나금투가 주도적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하나금투가 뉴욕 현지의 세계적 IB들을 제치고 이번 프로젝트를 주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신규 사업 영역에 꾸준히 문을 두드린 효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하나금투 구조화실물투자실은 지난해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국내 증권사로는 드물게 3건의 건설 관련 C론을 주관한 바 있다. 당시 일부 트렌치는 해외 현지 주요 기관 투자자에 셀다운까지 완료했다. 현지 주요 시행사들도 한국 IB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진행한 딜들이 무리 없이 진행되자 이번 호텔 브릿지론은 먼저 투자를 제안, 약 5개월여 만에 자금 집행 등이 완료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IB 시대가 열리고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자금이 해외 오피스나 물류센터에 몰리면서 기대 수익률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지역과 사업에 꾸준히 도전해 IB 영역을 확장하고 높은 수익률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도원·조윤희기자 theon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