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매출 중 40% 수준이었던 전기차의 비중이 올해는 70% 이상으로 늘어나 명실상부한 전기차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이순종(사진) 쎄미시스코(136510) 대표는 최근 경기도 수원시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올해 전기차 새 모델 ‘D2스페셜’을 오는 5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쎄미시스코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기업으로 지난 2000년 설립돼 2011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강소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의 55개 기업 중 하나로 뽑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쎄미시스코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부와 전기차 사업부를 갖추고 있으며 전기차 사업부에서는 2018년 승용차 D2를 시작으로 화물차 D2C, 픽업트럭 D2P까지 3종의 초소형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초소형 전기차의 기준은 정면 폭 1.5m, 높이 2m, 길이 3.2m 이하다. 모닝·레이·스파크 같은 경차의 기준인 정면 폭 1.6m, 높이 2m, 길이 3.6m보다 작다.
배달·운송 등 다양한 목적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쎄미시스코의 연간 전기차 판매량은 2018년 225대에서 2019년 452대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10월에는 현대캐피탈과 46억원 규모의 우정사업본부 전기차 도입 사업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주목받았다. 쎄미시스코가 현대캐피탈에 D2C 250대를 공급하고 현대캐피탈이 우정사업본부에 차량을 대여했다. 이 대표는 “올해도 우정사업본부 등 공공기관 및 기업의 전기차 도입 확대가 예상된다”며 “기존 모델 판매 증가와 새 모델 출시에 힘입어 2,000대 이상의 판매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2스페셜의 1회 충전 기준 주행거리는 D2의 150㎞보다 늘어난 250㎞며 초소형보다는 약간 큰 경차의 크기다. 초소형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는 시속 80㎞ 이하 주행,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 제한, 경차보다 적은 국고보조금 지급 등의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도심 혼잡도를 줄이는 초소형차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은 극복한 차”라며 “불합리한 규제가 해소되고 수요가 늘면서 소형 전기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쎄미시스코가 전기차 시장 진출에 나선 것은 중국에서 전기차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2년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전기차 산업·시장의 발전상을 생생하게 지켜봤다”며 “중국은 시장 규모·기술·정책 등 전기차 관련 여러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선 세계적인 전기차 중심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서 전기차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는 “과거의 산업혁명 진행 과정에서는 수력이 증기·전기로 바뀌는 것 같은 동력원의 변화가 뒷받침됐다”면서 “인공지능(AI)·블록체인·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분야 중 동력원의 변화와 가장 밀접하며 다양한 분야에 파급 효과가 큰 것은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라고 강조했다. 동력원이 내연기관에서 전기배터리로 대체되며 자율주행 기술과 함께 AI·빅데이터 기술 발전이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내부에 장착될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요 확대 역시 쎄미시스코에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불황의 여파로 쎄미시스코의 매출액은 17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고 전기차 투자 비용이 더해지며 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기차 사업 성장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황 반등에 힘입어 매출액은 지난해의 두 배 이상,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에 주로 활용되는 투명 전극 기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쎄미시스코는 디스플레이에 전기가 통하도록 해 투명 전극을 만드는 기술을 지난해 3월 개발했다. 기존 소재보다 저렴한 구리를 활용하면서 단축된 공정이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수원=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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