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그동안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혼술·혼밥 등 ‘나홀로’ 소비 패턴이 일상을 점령했다. 회식과 모임이 모두 취소되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2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 전인 2월 초와 현재를 비교해 편의점 맥주 소비량, 마트 와인 등이 모두 10% 가까이 증가했다. 혼술·혼밥 등이 소비 패턴이 그간 1인 가구와 소가구 증가로 인한 것이었다면 이번 순증은 코로나 19 여파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임 취소에 집에서 한 잔=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부터 2월 25일까지 맥주와 소주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0.2%, 11.9% 성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모임 자제를 권고하면서 직장인들의 퇴근 후 한잔이 외부가 아닌 집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른 안주, 땅콩과 같은 편의점 안주류 매출도 전년 대비 8.0%, 냉장 안주 역시 11.5% 신장했다.
마트에선 편의점 보다 근사한 ‘혼술’을 찾는 수요가 몰리면서 와인이 강세를 보였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와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2%, 스테이크용 고기는 51.5% 성장했다. 가정간편식(HMR)중에서도 안주용이 급성장세를 그렸다. 피코크 냉동감자는 178.8%, 피코크 순대·족발 29.1%, 피코크 핫도그 21.8%, 피코크 만두 84.9% 증가했다.
◇“이젠 배달도 불신”…HMR로 몰려=코로나19 초기에는 식당 대신 배달음식을 선호했으나 이제는 다음 단계로 진입한 양상이다. 배달음식에 대한 불신마저 생기면서 HMR이 급증했다. 외부에서 요리하는 단계와 배달 과정에서도 소비자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확산 단계로 접어든 지난 21일부터 HMR 제품인 CJ제일제당 햇반, 비비고 국물요리 등 주문량이 급증해 평상시 대비 출고량 2.5~3배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HMR의 반응은 더욱 뜨겁다. CJ 더마켓의 경우 지난 21~23 매출이 그 전 주 동기대비 햇반은 2.5배 국물요리와 만두를 포함한 냉동HMR류는 3배 이상 늘었다. 동일한 제품을 일주일 단위로 보면 지난주(17~23일) 매출이 그 전주(10~16일) 대비, 모두 2배 가량 뛰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확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배달 음식에 대한 공포감까지 번지고 있다”며 “코로나가 심각 단계로 접어들수록 유통가에서도 양상이 점차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동·취미 활동도 방구석에서=여가활동도 집 안에서 해결하는 ‘집콕족’이 늘고 있다. 영화관이나 만화방 등 다중 이용시설을 찾지 않고도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미술, 음악, 게임 관련 상품의 판매가 늘고 있는 것. G마켓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최근 한 달 간(1월26~2월25일) 취미 관련 용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자드럼세트는 107%나 증가했으며 수채화용품과 유화용품 등 그림 그리기 관련 상품은 각각 75%, 73% 급증했다. 취미 활동뿐만 아니라 운동도 헬스장이 아닌 집에서 하면서 홈트레이닝 상품 판매도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트위스트운동기구 판매량은 전년 대비 63% 증가했고 복근운동기구와 훌라우프도 각각 38%, 32% 늘어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가에서 주목하고 있는 ‘홈루덴스(Home Ludens, 집에서 놀고 즐기는 사람을 가리키는 신조어)’ 시장이 코로나를 계기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리·박민주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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