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정부당국이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그동안 웨어러블 시계 등에서 제한됐던 맥박·호흡수·혈압 등 건강상태의 실시간 병원 전송 기능을 허가하기로 했다.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심전도를 측정하는 시계 ‘메모워치’를 만들었던 휴이노 역시 식약처에 기능변경을 신청해 이들 의료정보의 실시간 전송 기능을 지원하기로 했다.
28일 방역당국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시계에서 원격의료 제한으로 이용할 수 없었던 맥박·호흡수·혈압 등 건강상태의 실시간 병원 전송 기능이 허용됐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병상 부족으로 입원을 하지 못하고 자택에서 대기 중인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심전도를 분석해 병원에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으면 갑작스럽게 중증 환자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규정을 검토해 전송 기능 허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 역시 “신청만 한다면 기능변경 등의 절차를 통해 허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구시의 경우 대구시의사회 소속 자원봉사 의사 70명이 전화 통화로 환자를 직접 관리하며 기저질환이나 건강 상태를 확인할 계획이다. 환자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까지 고려한다. 의사 1인당 환자 10~30명을 담당하며 개별 휴대폰을 지급해 환자들과 24시간 핫라인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날 오전9시 기준 대구와 경북 확진자는 각각 1,314명, 389명 등 모두 1,703명에 달한다. 지난 18일 지역 내 첫 확진자가 나타난 후 불과 11일 만에 환자가 폭증하면서 지역 내 의료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병상 부족이다. 1,703명 가운데 입원 환자는 984명으로 전체의 58%에 불과하다. 절반에 달하는 나머지 719명은 병원에 들어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가운데 하루 전 대구의 74세 남성이 확진 후 집에 머무르다 호흡곤란으로 숨진 일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표를 마련해 선별적으로 중증 환자를 입원시키기로 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국립보건연구원장)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경증 환자나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 재택 치료를 한다”며 “전문가 집단과의 논의를 통해 ‘코로나19’ 중증도 분류 기준으로 맥박, 수축기 혈압, 호흡수, 체온, 의식 수준 등 다섯 가지 지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판되는 웨어러블 시계 등은 맥박과 호흡수 등의 지표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의료진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다면 입원 대기 중인 환자들의 상태를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오송=우영탁기자·임진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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