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양호한 회복세가 예상됐던 국내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돌발변수에 속락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미국·유럽 등 세계 각국으로 확대되면서 수출 중심인 국내 기업들이 받는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 상장 기업 165곳 중 109곳은 올해 들어 연간 실적 전망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기업의 66.1%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올해 이후 정유·화학·철강 등 중간재 생산기업, 화장품·식품 등 유통업계와 항공업계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OCI는 올해부터 태양광 폴리실리콘 산업을 포기하면서 지난 12월 말 이미 2020년에 대한 영업이익 추정치가 49.3% 줄었지만, 두 달 만에 90.6%가 추가로 감소했다. 여행객 감소와 각국의 한국인 입국 제한 국가가 늘면서 저가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도 올해 들어서만 영업이익 전망치가 80% 이상 떨어졌다. 이외에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업이익 반등이 점쳐졌던 정유·화학 기업인 SK이노베이션(-43.6%), 에쓰오일(-40.8%), 롯데케미칼(30.0%), LG화학(-21.8%)을 비롯해 삼성중공업(58.1%), 하나투어(-23.4%), 이마트(-11.1%), 아모레퍼시픽(-10.9%) 등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대폭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늘고 있다. 지난주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 대한 비즈니스 노출 정도와 각국 내 감염 수준에 따라 비즈니스 심리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중국과 한국, 대만 기업들이 재고 증가와 마진 하락이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상반기 중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올해 경영 전망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은 중간재 생산국가로 글로벌 교역에 따라 기업 실적과 경제성장률이 결정되는 나라”라며 “현재 상황이 무르익으면 한국은행은 지난주 0.2%포인트 내린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국내 기업 실적 전망치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하향조정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코로나19가 국내 경기에 미칠 영향이 실제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한국 증시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이번 사태로 2,000선이 깨지는 등 타격이 컸던 국내 증시도 본격적인 반등을 보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센터장은 “악화한 기업 실적 기대치는 3월 중 어느 정도 반영이 돼갈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거 사스나 메르스 등 팬데믹(대유행) 이후에는 강세장이 이어져 온 만큼 이를 대비한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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