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정기 주주총회 차질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 19 확산 중심인 대구·경북지역 소재 기업들은 주총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사업보고서 제출 연기도 잇따른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부품업체인 KH바텍(060720)은 지난 28일 공시를 통해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 등 지연 제출에 대한 제재 면제 심사를 신청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이 제출 기한 내 주총 개최 및 사업보고서 제출이 어려운 경우 제재 면제를 하기로 한 이후 실제로 기업이 면제를 신청한 첫 사례다. KH바텍은 본사가 경북 구미시에 있는데다 중국 자회사도 톈진시와 광둥성 후이저우시 등 코로나 19 확산 영향권에 있는 만큼 실사 등이 어려워 외부감사와 재무제표 작성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다음 주까지 기업이 주주들에게 주총 일정을 통지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 연기 신청 기업이 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주부터 제출 연기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에 사업보고서 지연 제출 관련 기업들의 문의가 여럿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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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고서 등 주총 관련 서류는 마련됐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주총 장소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금호석유(011780)화학과 에스원(012750)의 경우 애초 서울 중구 서울YWCA에서 주총을 각각 열기로 했으나, 서울YWCA 측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관을 취소하자 부랴부랴 각자 장소를 변경했다. 삼성중공업(010140)과 NHN한국사이버결제(060250) 등은 외부 시설에서 주총을 열려고 했지만, 해당 시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사내로 장소를 옮겼다.
특히 상당수 대구·경북 기업이 아직 주총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에 본사를 둔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05개사 중 이날까지 주총 일정을 정해 공시한 기업은 43개사(41.0%)에 그쳤고 나머지 62개사는 주총 일정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전자주주총회 등 대안도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 주주들이 전자투표에 관한 인식이 낮아 고민”이라며 “코로나19의 확산이 누그러지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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