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이번주 예·적금 상품 20여개의 금리를 일제히 내리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내린 후에도 지난달까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수신금리 인하를 미뤄왔지만 역대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와 계속되는 시장금리 하락세에 이율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고객이탈 우려에 주요 수신 상품의 금리 조정을 억제해왔던 은행들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이자마진 악화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번주 중 일부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소폭 인하하기로 했다. 타 은행에 견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20여개 수신 상품이 대상이다. 1년 만기 기준으로 예치금액에 따라 연 1.5~1.6%의 금리를 제공하는 ‘3·6·9 정기예금’이나 기본 1.45%에 최대 2.25%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리틀빅 정기예금’ 등의 금리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수시입출식 상품은 제외된다. 하나은행이 주요 수신금리를 낮추는 것은 한은이 3년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던 지난해 7월 이후 반년여 만이다.
하나은행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로 낮아진 상황에서 수신금리 조정을 더 미루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린 뒤 주요 시중은행은 그해 12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주요 수신 상품의 금리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말을 마지막으로 지난달까지 대부분의 수신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금리 조정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분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자 중심 방침에 따라 그동안 금리 인하를 자제해왔지만 이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금리도 하락세다. 지난해 말 1.53%였던 금융채 1년물 금리는 지난 1월 말 1.45%, 2월 말 1.30%로 떨어졌다. 지난달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미국 국채금리가 급락하면서 시장금리는 앞으로도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두고 고민이 깊다. 이제까지 은행들은 수신금리를 내리면서도 가입자가 비교적 적거나 온라인 전용 상품의 금리만 조정하는 식으로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KB국민은행·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 10일부터 일부 정기예금의 금리를 내렸지만 조건이 같은 타행 상품 대비 이율이 높거나 인기가 많은 ‘KB스타정기예금’ ‘우리수퍼주거래정기예금’ 등은 손대지 않았다. 하지만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급랭까지 겹치면서 앞으로는 이런 미세조정만으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게 은행들의 고민이다.
실제 은행의 핵심수익과 직결되는 순이자마진(NIM)은 2018년 1·4분기 1.6%에서 지난해 4·4분기 1.46%(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평균)까지 떨어졌다.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개선에도 이자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다. 이자수익률이 큰 주택담보대출을 부동산 규제 강화로 더 늘리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한 시중은행의 개인영업 담당 임원은 “은행은 고객이라는 분명한 대상이 있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수신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저원가성 예금 확대, 비이자수익 강화 등의 대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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