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병상이 없어 집에서 대기하는 환자만도 1,800여명에 달하자 정부가 ‘모든 환자 입원 원칙’에서 벗어나 위중한 환자만 병원에 들이기로 했다. 확진자의 80%를 차지하는 가벼운 증상자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생활치료센터로 보내 격리와 치료를 병행한다. 중증 환자가 병원 밖에서 숨지는 비극을 막고 의료진의 피로도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코로나19’ 치료체계는 모든 확진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켜 관리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증도에 맞는 치료체계로 지침 개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일부터 새로 적용되는 체계에서는 시도별 환자관리반이 환자 중증도를 경증·중등도·중증·최중증 4단계로 분류해 중등도 이상 환자는 신속하게 음압격리병실이나 감염병전담병원 등에 입원시킨다. 경증 환자는 기존처럼 입원하는 대신 국가 운영시설이나 숙박시설을 활용한 지역별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간다. 생활치료센터에는 전담의료진이 배치돼 시설 내 확진자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증상이 악화하면 바로 병원에 입원시킨다.
첫 생활치료센터는 대구에 마련된다. 당장 2일부터 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이 생활치료센터로 전환 운영되며 경북대 병원이 의료 관리를 맡는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4일부터 경북 문경시 소재 연수원을 경증환자 대상 격리시설로 운영할 방침이다. 100실 규모로 증상 악화 가능성이 낮은 환자를 가려 입소시킨 뒤 산소 포화도와 혈압·맥박 등을 측정해 서울대병원으로 보내고 의료진이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시설을 점차 늘려 대구에서만 1,000명 이상의 경증 환자를 수용할 계획이다. 박 1차장은 “중증환자의 치료를 위해 국립대병원들과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확충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사립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들과도 협력해 중증환자 병상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감염병 확산을 막는 ‘봉쇄’에서 ‘피해 최소화’로 바뀌었음을 뜻한다. 이 같은 전환은 대구·경북지역에 한정돼 확진자가 급증하는 특수한 상황과 확진자 다수는 꼭 입원 치료를 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비롯했다.
우선 대구의 경우 이날 오후4시 현재 대구 확진자 2,705명 가운데 898명(대구 773명, 다른 지역 125명)만 입원했을 뿐 병실이 없어 자택에서 병원에 들어가기만을 기다리는 환자가 1,661명(오전9시 기준)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지역 확진자는 매일 수백명씩 급증하는데 병상은 여전히 1,000여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에서 입원 대기 중인 확진자는 지난달 28일 680명에서 불과 이틀 만에 1,000명 이상 늘었고 이날 추가되는 확진자를 고려하면 1,8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확진=입원’을 고수하다가는 입원 대기 중인 확진자가 숨지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는 전염력이 높지만 국내외 확진환자 연구 결과 전체의 81%는 경증이고 14%는 중증, 치명률이 높은 위중 환자는 약 5% 정도였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감염 초기 경미한 증상일 때부터 전파가 일어나지만 다행히 80%는 경증으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퇴원 기준도 완화해 가용 병상을 늘린다. 진단검사 결과 2회 음성 등 전염력이 없어지는 기준에 따라 격리를 해제하는 원칙은 유지하되 의료진의 판단으로 치료 중 임상 증상이 호전된 경우는 퇴원시켜 생활치료센터로 보낸 뒤 경과 관찰해 격리를 해제하는 방식이다.
/임웅재·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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