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업체 남영비비안(002070)이 특장차 업체 광림에 인수된 후 계열사의 외부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활용되면서 주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남영비비안은 지난달 28일 코스닥 상장사 포비스티앤씨(016670)를 미래아이앤지 측으로부터 58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광림에 인수된 지 3개월 만에 인수 주체로 나선 것이다. 남영비비안은 자체 자금과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인수대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3·4분기 말 기준 남영비비안의 현금성 자산은 83억원 수준이다.
남영비비안은 포비스티앤씨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최근 1년간 포비스티앤씨의 주가는 1,500원 수준이었는데 남영비비안은 주당 5,129원에 인수했다. 남영비비안은 “양수도 금액이 100억원 이상인 상장사 경영권 거래 사례에서 분석된 최저치와 최고치 경영권 프리미엄률 범위 내에 해당하는 가격”이라고 밝혔다. 포비스티앤씨는 소프트웨어를 유통·판매하는 업체다. 남영비비안은 사업 다각화를 목적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조업과 의류사업·정보기술(IT) 등 다양한 업종 인수를 시도하는 광림의 영향력 아래에서 남영비비안이 인수합병(M&A)의 선봉장으로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M&A 외에도 남영비비안은 광림과 계열사 지원을 위해 내부자금을 소진하고 있다. 남영비비안은 1월 광림의 속옷 제조 계열사 ‘쌍방울(102280)’의 7회차 전환사채(CB)를 1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10월 쌍방울이 광림의 나노스(151910) 유상증자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조달한 자금이었다. 쌍방울은 당시 제3자를 대상으로 CB를 발행해 100억원을 확보했고 이 중 80억원은 광림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쓰였다. 제3자를 대상으로 발행된 CB를 광림의 계열회사로 편입된 직후 남영비비안이 인수한 점은 석연찮다는 지적도 따른다. 광림이 나노스를 지원하는 데 쓰인 자금을 뒤늦게 합류한 남영비비안이 메워준 꼴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쌍방울과 남영비비안의 사업적 시너지 강화를 위한 자본적 제휴”라며 “CB 인수 당시 투자 효과 등을 꼼꼼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광림은 남영비비안을 인수한 직후 지분 전량을 지난해 발행한 CB(220억원 규모)의 담보로 걸기도 했다. CB는 광림이 지난해 남영비비안 인수를 위해 ‘유진케이엘제일차’를 대상으로 발행한 것이다. 남영비비안 주식 24%를 확보한 당일 광림은 해당 주식 전량에 근질권을 설정했고 한 달 뒤 이를 공시했다.
광림이 케이엘투자조합 등 3인에 넘긴 남영비비안 지분 35%의 행방도 불분명하다. 광림은 남영비비안 거래가 종결된 1월21일 자금 유동화 및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지분 35%를 투자조합에 넘겼다. 광림이 처분한 주식을 받아간 곳은 △글로리 △체리힐4호 △마루나1호 등 4곳이다. 그러나 마루나1호의 조합원이 이날 탈퇴하면서 남영비비안 주식을 받은 동시에 주식 배분이 이뤄졌다. 체리힐4호도 주식매매계약 변경으로 지분을 기존에 약속된 6%에서 2.7%만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잔여 지분(약 3%) 인수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는 이에 대해 “투자조합이 약속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가능한 지분만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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