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자동차 내수판매 시장 규모가 15년 전으로 돌아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생산과 수요를 모두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며 일선 영업현장이 마비됐고 코로나19에 개의치 않는 인기 차종은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급이 막혔다.
현대자동차가 1월 내놓은 야심작 제네시스 GV80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GV80은 본격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 국내에서 1,176대가 팔렸다. ‘럭셔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커졌던 2월 판매에 대한 기대감을 코로나19가 삼켜버렸다. 올 한 해 국내에서 2만4,000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던 GV80은 출시 하루 만에 1만대 계약을 넘기더니 보름 만에 2만대를 또다시 넘겼다. 그야말로 만드는 대로 소비자에게 넘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국내 자동차 공장을 덮치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GV80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달 내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고 자연히 생산량이 예정보다 급전직하했다. 지난달 GV80의 판매량 1,176대는 산술적 월별 목표치인 2,0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현대차 2월 내수 전체 판매량은 3만9,290대. 현대차가 2월 판매량 4만대를 넘지 못한 것은 2005년 이후 15년 만이다.
기아자동차의 지난달 내수판매량도 2만8,681대에 그쳤다. 전년 동월보다 13.7% 감소한 수치다. 역대 판매량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기아차가 2월 내수판매 3만대 벽을 넘지 못한 최근 연도는 2009년이다. 아직 기아차가 자동차 업계를 호령하는 경쟁력을 완벽히 갖추기 전인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장을 덮친 시기다. 기아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생산량 차질이 발생한 만큼 3월에는 특근을 해 2월에 발생한 생산차질분을 최대한 빨리 복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자동차·르노삼성·한국GM 등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도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쌍용차는 가장 볼륨이 큰 티볼리의 판매가 전년 대비 62.7%나 줄었다. 쌍용차의 전체 내수판매량은 지난해 2월 7,579대에서 지난달 5,100대로 32.7% 감소했다. 르노삼성도 차량이 단종과 수요 감소로 3,673대 판매에 그쳤다. 한국GM은 판매 감소량이 3.8%로 선방했지만 코로나19로 부평1공장 가동이 사흘간 중단되면서 사활을 건 신차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뼈아프다. 지난달 트레일블레이저 판매량은 608대였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이어진다면 다음달 내수판매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딜러 등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지원 등에 힘입어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대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급격히 확산된 흐름을 볼 때 수요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편 현대·기아차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내 생산차질로 약 3,60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국내 공장의 1주일 생산 중단에 따른 차질 규모는 현대차가 약 3만4,000대, 기아차가 약 2만9,000대일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확진자 발생에 따른 휴업기간을 감안하면 1·4분기 중 최소 3주의 생산차질이 예상돼 현대차의 생산차질 규모는 약 12만대, 기아차는 약 9만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근, 재고 판매를 통해 일부 만회될 판매량을 고려한 3주간의 생산차질 규모는 현대차 8만대, 기아차 6만대로 전망했다.
/박한신·서종갑·박경훈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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