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089590)이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으면서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의 결합으로 대형항공사(FSC) 2위인 아시아나항공과의 국제선 기준 여객점유율 격차는 2.7%포인트로 좁혀졌고 4위인 진에어와의 격차는 7%포인트 이상으로 커졌다. 최근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악화일로에 놓였지만 제주항공은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통해 위기 극복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대수는 각각 45대, 23대다. 두 회사가 결합할 경우 모두 68대를 보유하게 돼 최대 규모 저비용항공사(LCC)로 거듭난다. 대형항공사 2위인 아시아나(86대)와의 격차도 줄일 수 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결합은 표면적으로 보면 의미가 있는 인수합병(M&A)이다. 재정이 안정적인 제주항공이 자금이 필요한 이스타항공에 자금을 수혈해주는 대신 덩치를 키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항공 업황 악화로 두 회사 모두 비상경영체제에 놓였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비상경영을 넘어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경영진의 임금을 30% 이상 반납하고 전 직원 대상 무급 휴가 제도를 실시하는 등 고강도의 자구책을 내놓았다. 이스타항공 역시 지난해부터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해 임원 급여 반납, 무급 휴가 제도 확대 등에 나섰다. 지난달 이스타항공은 운영자금 부족으로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하기도 했다.
두 회사의 노선 정리도 필요한 상황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공동으로 20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 기준 국제선의 58%가 겹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중국·동남아 등 대부분의 노선을 운휴·감편했다. 또 두 항공사는 보잉사의 737-800 기종을 같이 운영하고 있어 항공산업 침체 시에는 정비사나 조종사 인력에 대한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수 후 통합(PMI) 과정에서 유휴 인력과 항공기·노선 등의 대대적인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양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타항공은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등 추가적인 자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항공기 면허 취소까지 당할 수 있는 상태다. 제주항공도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쳐 운용자금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6개 LCC 사장단은 정부에 조건 없는 긴급 금융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정부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제주항공이 자금을 추가로 차입할 경우 부채비율이 지난해 3·4분기 330%에서 더욱 높아져 신용도 하락 위험이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의 한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노선의 비운항이나 감편이 있다고 해도 이번 인수 결정은 추후 정상화됐을 때를 앞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 당장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인원 감축 등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날 “제주항공의 새로운 역사를 만듭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사내게시판에 올려 임직원들 독려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다”며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결합을 통해 LCC 업계 구조조정에 앞서 업계 내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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