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가 가능한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처럼 공매도 가능 종목을 일정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공매도 가능 종목 지정’ 제도를 추진 가능한 방안으로 결론 짓고 도입 여부를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는 입장을 밝힌 후 금감원은 해당 사례를 검토해왔고 시총이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12개월 시총 회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해 허용하는 홍콩의 방안이 국내 자본시장 현실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홍콩은 시총이 작은 회사 등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크거나 가격조작이 상대적으로 쉬운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이 제도를 지난 1994년 도입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검토안을 금융위에 전달하고 협의 중”이라며 “정책 결정 사안이다 보니 금융위가 최종 판단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중소형주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일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폐지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에만 허용되는 공매도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하락장이 펼쳐지는 가운데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자 이 같은 요구도 힘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아직 코로나19로 인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하는 국가가 없고 국내 주식시장 상황을 공매도를 일시 금지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기에 이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매도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부정적 재료를 주가에 즉시 반영해 버블을 방지, 급락장에서 낙폭을 줄여주는 등의 순기능을 갖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공매도 규제가 상당히 강한 편이라는 것이 금융위의 판단이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