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차기 최고경영자(CEO)의 대표 과제 ‘케이뱅크 정상화’의 실마리가 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의 국회 심사를 앞두고 KT 내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인터넷은행 진출을 촉진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개정안 통과를 낙관하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KT 특혜법’이라는 꼬리표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3일 ICT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본회의로 넘길지 결정한다. 이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을 심사할 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금융 규제와 관계 없는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도록 하는 게 뼈대다.
KT가 주도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이 중단되는 등 영업에 애를 먹고 있다. 케이뱅크 2대 주주인 KT(지분율 10%)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34%까지 늘려 케이뱅크의 자금난을 해소하고 경영 정상화에 나서려고 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KT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KT는 하루빨리 개정법안이 통과돼 공정거래법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은행업계에 ‘메기 효과’를 촉발하고자 산업자본의 인터넷 은행 진출을 허용한 만큼 ICT 업계에 은행업 진출의 문을 활짝 여는 차원에서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 네이버가 은행업에 뛰어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규제환경이 꼽힌다. 카카오뱅크를 운영하는 카카오도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대주주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특례법 개정안은 ICT 전반과 밀접하다. 최근 검찰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계열사 보고 누락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는 등 현재 법체계는 인터넷은행업계에 과도한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번 개정안의 가장 뚜렷한 수혜자가 KT라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특혜’ 논란을 제기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초 법을 만들 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대주주 요건을 강화 것”이라며 “KT를 위한 개정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KT는 케이뱅크 자체의 정상화도 중요하지만 이동통신(MNO) 사업 실적 부진을 타개할 비(非)통신 분야의 대표 계열사가 케이뱅크라는 점에서 이번 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사장이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선 가운데 맞는 첫 주요 이벤트인 만큼 성공적인 출발의 계기가 돼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ICT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인터넷은행특례법을 규제 혁신 사례로 꼽았고, 아시아에서만 인터넷은행이 연내 50여개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도를 도입한 이상 적극적인 육성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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