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닛케이225지수를 기초로 한 옵션에 투자하는 국내 운용사의 사모펀드에 800억원대 손실이 발생해 투자자들이 수백억원의 손실을 볼 처지에 놓였다. 운용사인 위너스자산운용은 협의 없는 반대매매가 손실을 키웠다며 위탁중개를 한 KB증권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KB증권은 이에 맞서 원칙대로 한 것이라며 오히려 손실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위너스자산운용은 3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2월28일 당사가 운용하는 닛케이지수 옵션 관련 일임투자상품과 닛케이 옵션 펀드상품과 관련한 이슈가 발생했다”며 “법률대리인을 통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너스운용이 밝힌 이슈는 위탁중개사 KB증권의 반대매매에 따른 손실 확정이다. 위너스운용은 닛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옵션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여럿 운용해왔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증시가 부진을 거듭하며 저조한 성과를 내왔다. 위너스운용이 설정한 사모펀드 중 하나인 ‘위너스 닛케이 알파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3호’의 경우, KB증권의 반대매매로 펀드수익률이 -208.29%로 확정됐다. 수익률이- 208%라는 것은 투자자 원금을 다 까먹는 것은 물론 원금의 108%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위너스운용은 정규장이 열린 후라면 고객이 추가 증거금 납부 등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KB증권이 야간 선물시장에서 무리하게 반대매매함으로써 손실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너스운용에 따르면 KB증권은 28일 오후6시30분께 펀드의 ‘합산위험도’ 지표가 80을 웃돌면 반대매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운용사에 통보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정규장이 마감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야간시장이 개장한 후였기 때문에 운용사나 고객이 추가 증거금 납부 등 반대매매를 회피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었다는 게 위너스운용의 주장이다. 이후 야간 선물시장에서 KB증권이 오후 11시경 반대매매를 실행했고 닛케이지수 옵션 거래량과 호가 잔량이 적은 야간 선물시장에서 KB증권이 처음 예고한 일임 계좌에 대한 반대매매를 실행하자 옵션 가격이 급등하면서 매도 포지션으로 옵션을 보유하고 있던 위너스운용의 다른 펀드 계좌의 손실 폭이 줄줄이 확대되며 연쇄적인 반대매매로 이어져 피해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KB증권은 약관대로 한 것뿐이며 오히려 운용사 측이 운용전략을 지키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KB증권 관계자는 “위너스운용이 제공한 펀드운용계획에는 투자원금 대비 10% 손실을 손절매 기준으로 하겠다는 전략과 급락 시 단계적으로 포지션을 축소해나가겠다는 리스크 관리전략이 포함돼 있었다”며 “운용사에 수차례 포지션 관리를 요청했으나 운용계획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KB증권은 위너스운용에 법적 대응을 통해 손실금액을 청구할 예정이다. 한편 위너스운용의 펀드 투자자 중 상장사가 포함돼 있어 피해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도 관심이다. 일단 위너스운용은 관련 펀드 손실을 약 835억8500만원으로 추정했다. 위너스운용의 지분 약 32%를 보유한 2대 주주인 알서포트는 전날인 2일 위너스운용의 상품으로 추정되는 파생상품거래손실발생으로 14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재택근무 수혜주로 꼽히며 개인 투자자의 매수로 주가가 최근 1달간 47% 가까이 오른 알서포트의 주가는 3일 12.47% 하락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