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못해 아예 사업을 접기로 하고 법원을 찾은 기업 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하강 추세가 이어진다면 중소기업의 파산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법원 파산부에 들어온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총 71건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1월(63건) 건수보다 8건(13%)이나 많은 수치다.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건수(25건)는 지난해 1월(33건)에 비해 8건 감소했으나 나머지 지방법원에 들어온 신청 건수는 30건에서 46건으로 53%가량 급증했다. 지역별로는 수원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이 지난해 11건을 넘어선 16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구지법에 접수된 파산 건수도 6건을 기록해 지난해 1월(1건)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지난 2018년의 807건보다 124건(15.4%) 늘어난 931건을 기록했다.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파산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된 지난 2006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파산 신청(445건)은 2018년(402건)에 비해 10.7%만 증가했으나 나머지 지방(486건)에서는 전년(405건)보다 20%나 증가했다. 올해는 파산 신청 건수 증가세가 더 가팔라지는 것이다.
반면 올 1월 기업회생 신청 건수는 55건을 기록해 지난해 1월(82건)에 비해 27건(33%) 줄어 2014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새 주인을 만나는 등 재기를 노리느니 차라리 문을 닫겠다는 심정으로 법원 파산부를 찾는 기업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뜻이다.
지방 기업이 이렇게 극도로 부진을 겪은 것은 현 정권 초부터 추진한 무리한 소득주도성장과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소비 위축, 제조업 불황 등 정책·경제환경 변화에 이들이 서울 기업보다 더 취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고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등 노동환경이 급격하게 변한데다가 기업 대상 규제도 심해진 탓에 지방 기업, 특히 중소기업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더 이상 기업을 못하겠다’는 마음으로 해외로 나가거나 사업을 아예 접는 이들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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