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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역사책에 없는 조선사] 선비들이 꾹꾹 눌러쓴 400년 전 조선의 일상

■이상호·이정철 지음, 푸른역사 펴냄

역사의 큰 흐름은 다르지만 소소한 삶은 비슷





1616년 7월 17일. 지금의 경북 안동시 예안면에 사는 김택룡은 마을의 어른으로서 지역에서 발생한 돌림병 때문에 근심에 잠겨 있었다. 그날 갑자기 먼 친척뻘인 같은 고을 사람 정희생이 찾아왔다. 그의 집에도 돌림병이 닥쳤다고, 어머니가 위급하시니 치료할 약 좀 구해달라며 마당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 전근대 시대의 돌림병은 “전쟁보다 더 무서웠다”. 자신도 걸릴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인정은 사라지고 환자는 고립됐다. 실제 돌림병이 더 퍼지면 전쟁 피난민처럼 다른 지역으로 떠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김택룡은 “방법을 마련해 보자”며 정희생을 돌려 보냈는데, 대책을 세우기도 전인 다음 날 정희생의 어머니가 밤나무에 목을 맸다. 아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모성애가 더해져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니, 전염병에 앞서 공포가 사람을 죽인 격이다.

선비 김택룡이 ‘조성당일기’에 적은 내용이 400여 년 지난 오늘의 현실과 딱 맞아 떨어진다. 김택룡은 정희생의 어머니를 구하진 못했지만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돌림병 걸린 시신을 불태우는 대신 일반적인 방식으로 매장할 수 있게 배려했다.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되묻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신간 ‘역사책에 없는 조선사’는 조선 선비들이 쓴 일기 20권에서 추린 60편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을 공통분모로 갖는 역사학자인 저자들은 “지역에서 일상을 살았던 평범한 유학자로서 매일을 기록하는 것을 자기 수양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의 충실한 기록”이라며 “역사를 거시적 시각으로 봤을 때는 ‘차이’가 발견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의외로 ‘동질성’이 더 많이 발견된다”고 소개한다.



1628년에는 겨울이 되고도 두 달이 지난 음력 12월 25일에서야 비로소 첫 눈이 내렸으니 과학적 사고가 부족했던 당대 백성들은 불길한 징조가 아닌가 걱정했다. 팍팍한 삶을 낫게 하고자 사람들이 찾아간 곳은 지금의 경북 봉화군 개단리에 살던 여종 칠대의 집이었다. 석가세존이 내렸다고 소문이 난 칠대를 만나려면 재물을 바쳐야 했다. 하루 평균 목면 250~300필을 받아 챙겼는데, 군역 대신 나라에 내는 군필이 연간 2필이던 시절이다. 알고 보니 칠대는 자신의 남편과 작당하고 승려들과 모의해 마치 미륵불인 양 대중을 속인 것이었다. 사이비 종교의 피해는 고스란히 순진한 백성들에게 돌아갔다.

책은 일기가 다룬 소재에 따라 국가, 공동체, 개인의 삶으로 크게 3장으로 나뉘었다. 1만8,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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