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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머니]제도권 들어온 암호화폐...200여 거래소·잡코인 정리되나

특금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의결

금융사 수준 자금세탁방지 의무화

실명가상계좌 신고수리요건 포함

'횡령·사기' 부실거래소 퇴출 기대

IT기반 산업 금융규제 적용 어렵고

금융소비자 보호책 없어 우려도





암호화폐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 건전성을 높인다는 내용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암호화폐 산업도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하게 됐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벌어지는 각종 횡령과 사기 문제부터 200여곳에 달하는 거래소 난립까지 정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시장에 대한 규제는 마련됐지만 소비자 보호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권과 국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5일 본회의를 열고 특금법 개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지난 2018년 1월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업계의 건전성 제고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지 2년 만이다. 개정안은 사업자 신고·등록 의무와 자금세탁 방지 의무 부여, 감독수단 미구축 시 처벌 등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합의한 기준을 반영했다. 구체적으로는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암호화폐 거래소를 ‘가상자산 사업자(VASP)’로 정의하고 암호화폐 거래를 ‘금융거래’ 범위에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으로는 암호화폐 거래소도 다른 금융회사와 똑같이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행위 방지 의무를 지게 된다. 일정 요건을 갖추고 당국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개정안은 사업자 대표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성명·소재지 등 신고를 의무화하고 수리 없이 영업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다. 또 가장 큰 쟁점이 됐던 실명가상계좌는 신고 수리 요건에 포함됐다.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으로 거래하지 않는 거래소는 FIU가 신고를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자금세탁·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이른바 ‘벌집계좌’로만 운영하는 거래소는 퇴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거래소가 난립하는 시장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의 신고 절차가 강화됐다는 점에서 부실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1차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부실업체들이 사기·횡령을 목적으로 거래해온 ‘잡코인’이라 불리는 사기코인도 거래소와 함께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세법에 따라 암호화폐를 소득 범위 안에 추가하게 되면 과세 근거도 마련돼 거래 투명성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하위규정에서 가상자산의 정의와 법적 지위 등이 정립되면 가상자산 거래 수익에 대한 세금 등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도 맞닿아 있다.



업계는 규제 공백 상태였던 암호화폐가 법적으로 인정받게 됐다는 점에서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투기 광풍과 일부 거래소들의 횡령·사기 등의 문제로 형성된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평가다. 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은 그동안 규제가 전무했던 업계가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첫걸음”이라며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당국에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건의해 현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도 “일부 중소형 업체가 실체가 불분명한 각종 ‘잡코인’을 유통하면서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컸는데 자정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업계의 장밋빛 기대와 달리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이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암호화폐가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성장한 산업이기 때문에 금융규제를 적용하기가 애매하다는 이유에서다. 암호화폐 소관부처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그간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 사이버 침해 사고가 잇따라 발생할 때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해당 문제들을 담당해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산업의 소관부처는 과기정통부인데 특금법의 소관부처는 금융위”라며 “하위규정 제정 과정에서 IT 발전과 금융규제가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투명성은 제고됐지만 금융소비자 보호책은 여전히 전무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금법 개정안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 수리 요건으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포함한 각종 보안체계를 갖출 것을 명시했지만 거래소를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법은 아니다.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특금법은 정보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요건일 뿐 소비자 보호에 관련된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며 “다만 개정안으로 시장의 건전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융소비자가 사기·횡령 등에 노출될 상황은 적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금법 개정안은 오는 2021년 3월부터 시행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 사업자는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인 2021년 9월까지 영업신고를 마쳐야 한다. /이지윤·빈난새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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