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증시(MSCI지수 기준)는 지난달 말까지 올 들어 10% 하락했다. 2월 초만 하더라도 전염병 학습효과에 따른 반등이 연출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국내는 물론 일본과 유럽, 남미를 넘어 미국에까지 확산할 우려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미국 증시가 대공황 이후 가장 빠른 조정 장세로 진입했고, 신흥증시도 역시 그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혼란의 신흥시장, 추가조정 가능성 남아
투자자들은 우려(코로나19 팬데믹 공포)와 기대 (통화정책 등 각종 부양책) 사이에서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파급효과를 정량적으로 완벽히 분석하기 힘들다 보니 다소 비관적인 시장 보고서에 투자 심리가 크게 흔들리면서 시장 공포감이 형성되는 악순환이 형성되고 있다. 만연한 공포심리가 가져올 소비부진 등 경제활동 축소가 수요 위축으로 연결되는 전염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2월 PMI 쇼크에서 확인된 것과 같이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 때문에 신흥증시의 빠른 반등보다는 추가 조정 가능성이 아직은 높다고 본다.다만 시간이 갈수록 전염병으로 인한 증시 충격이 장기성을 띄지 않았다는 학습효과도 점차 투자심리에 투영될 것이다. 미국 등 비교적 안전지대로 속했던 지역 및 국가로의 확산세만 통제된다면 코로나19는 2·4분기가 지나면서 진정될 것으로 전망한다. 무엇보다도 주가는 이보다 앞선 시점에서 반등을 모색하게 될 것이므로 반등장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국 정부 부양책, 비중 확대 기회 삼아야
중국 정부의 각종 부양책과 이에 따른 기업 실적 반등 가능성은 신흥증시 투자심리와 밸류에이션 양면 모두에 긍정적이다. 신흥증시의 반등 기대감이 연초 대비 하락했지만,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변동성이 커진 지금 시점을 주식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경기 둔화 우려는 글로벌 전반에 걸친 재정 확대와 통화완화 기대감을 키울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와 시진핑 체제의 안정화를 위해 정책 우선순위를 디레버리징에서 강도 높은 부양책으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월 중국 PMI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역으로 중국 주식시장은 급등했다. 이 역시 코로나19 우려보다는 부양 패키지와 기저효과에 시장이 반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초 이후 약세를 지속했던 신흥국 통화는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반등세다. 코로나19의 경제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연준의 성명서 발표 뒤 50bp(1bp=0.01%) 금리를 인하한 결과다. 미국 경기가 중국, 유럽 등 타 국가 지역 대비 여전히 강하고, 아시아 국가의 경기 위축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미국 자산 선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신흥국에서의 자금 유출을 유도하기보다는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에 따른 신흥국 위험자산 선호도를 증대시키는 배경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CDS 프리미엄 상승, 신용위기 가능성 낮아
코로나19는 주요 신흥국의 CDS 프리미엄도 상승시켰다. 다만 아르헨티나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수준이며, 2019년 이후 평균을 상회하는 중국, 인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도 그 레벨이 높지 않다. 1월 기준 외환보유고 역시 전년 대비 34.4% 하락한 아르헨티나와 4.6% 하락한 브라질, 전년 대비 1.9% 하락한 터키를 제외하면 양호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신흥국발 금융시장 리스크는 낮다. 오히려 각국의 부양책 효과가 신흥국의 경기 둔화 리스크를 완화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신용위기가 전개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마지막으로 소비 감소에 따른 수요 부진은 신흥국 경기에 부정적이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유가 및 식품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이어져 온 신흥국의 물가 압력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다. 코로나19와 경기둔화 우려로 멕시코, 러시아, 인디아는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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