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올해 국내 수출이 직격타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25.1%로 높아진 탓에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는 국내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 경기 하강에 대비해 국제금융시장 모니터링 강화하고 적극적인 수출 경기 부양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8일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국내 수출의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더블C(Corona-China) 공포’와 ‘글로벌 가치사슬 약화’로 국내 수출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더블C 공포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중국 내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소비심리 악화로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우려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치인 5.7%에서 4.9%로 0.8%포인트 낮게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기관(IB)들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초 전망에 비해 0.2~1.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의 비중이 60~70%로 높은데다가 대 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 우리나라는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수요 위축으로 수출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중국산 부품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기업들의 생산 활동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현경연은 올해 1월 코로나19로 인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의 대 중국 수출증가율은 0.48~0.8%포인트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중국의 산업고도화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지속 등으로 약화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러한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점도 국내 수출의 걸림돌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은 원자재와 중간재, 최종재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세계 국가들이 분업을 하는 구조를 말한다. 그동안 중국이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을 해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그 역할이 축소되며 글로벌 생산 분업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중국이 산업고도화와 기술 발전으로 중간재 자체생산을 확대하며 글로벌 생산 분업 구조가 약화한 상황에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며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우리나라에는 악영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전 세계 총수출 중 중간재 수출 비중은 2011년 57.8%에서 2018년 55.1%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타결되면서 대 중국 수출 감소 우려는 더 커졌다. 미·중간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대 미국 수입 확대 합의로 인해 중국시장에서 미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한국 제조부문의 대 중국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업황 전망도 좋지 않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15개월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코로나19의 불확실성 증대로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류승희 연구원은 “코로나19의 확산이 전세계로 심화하고 장기화하면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인하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경연은 세계 경기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의 불안 요인에 대응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외 리스크 조기경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 연구원은 “특히 중국시장의 동향과 중국 정부의 경기 대응책을 면밀히 살펴 중국 경제가 예상된 성장 경로에서 벗어나는지에 대한 신속한 파악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이 가속화함에 따라 중간재의 하이테크화 및 소비재, 자본재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투자·지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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