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드론 띄워 구경하듯...방에 누워 '강산무진도' 즐기세요

[집콕을 위한 문화家산책-미술 1]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전시

이인문作 8m56㎝ 짜리 산수화

꽃·절벽·폭포 등 살펴보는 재미

중생의 병 치유 '약사여래삼존도'

왕세자 천연두 치료 기념 작품도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중 일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방에 누워서도 유람 다니듯 즐긴다는 게 바로 ‘와유’다. 누울 와(臥) 자에 놀 유(遊) 자를 쓴 ‘와유’는 송나라의 종병이라는 사람이 병든 노년에 누워서 보기 위해 젊어서 여행했던 곳을 모두 그림으로 그려 방에 걸어둔 것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조선으로 전해져 선비들 사이 와유첩 제작이 유행하기도 했다. 봄이 턱밑까지 다가왔건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꽃구경 나가기도 불안한 요즘,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의 이수미 미술부장이 독자들의 와유를 위해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추천했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중 일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조선 후기에 단원 김홍도와 쌍벽을 이룬 화원화가 이인문(1745~1821)이 그린 이 두루마리 산수화는 펼쳐놓은 전체 폭이 8m56㎝에 이르는 대작이다. 지난해 6월 보물 2029호로 지정됐다. 오른쪽에서부터 두루마리를 펼치면 아스라한 운무를 헤치고 절벽 위에 피어오른 꽃들이 얼굴을 내민다. 나지막한 산과 고요한 강줄기를 따라 절경이 펼쳐지다 돛단배가 드나드는 활기찬 포구에 도달해 구경거리를 보여준다. 마치 드론을 띄워 바라본 듯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밀조밀한 집과 거리의 사람들도 보인다. 발로 걷는 대신 시선으로 옮겨 걸으면 점차 산세가 험난해지며 기암절벽과 폭포가 펼쳐진다. 꿈에서나 볼 법한 장관이다. 화가는 수천 그루의 나무를 그리면서도 지루하게 반복되거나 무성의하게 그린 것 하나 없고, 산과 흙더미의 입체적 표현까지도 놓치지 않았으니 구석구석 살펴보는 재미로 지루할 틈이 없다. 배산임수의 명당자리에 앉은 무릉도원 같은 곳을 지나면 그림은 다시 평지로 향한다. 꿈에서 깨 현실로 돌아온 듯하고, 마지막 풍경을 마음 속 집으로 간직하라는 당부 같기도 하다. 현재 온라인전시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강산무진도’를 검색하면 ‘끝없이 펼쳐진 강과 산’이라는 우리말 제목 아래 15장 이상으로 나뉜 그림의 세부를 볼 수 있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중 일부.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중 일부


이인문 ‘강산무진도’ 중 일부


이인문 ‘강산무진도’ 중 일부


문정왕후가 아들 문종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제작하게 한 ‘회암사명 약사여래삼존도’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발달한 의학기술이 없던 시절의 옛사람들은 전염병을 마주했을 때 어디에 의존했을까? 서양인들이 흑사병(페스트)이 창궐할 때 그랬듯 동양인들도 종교에 의지했다. 불교에서는 왼손에 약병을 들거나 약상자를 손바닥 위에 올리고 있는 ‘약사여래’가 중생의 질병을 치유해주는 존재로 숭상됐다. 약사여래 불상을 만들거나 그림으로 그려 그 앞에서 기도하면 질병이 낫는다고 믿었으니 그 중 으뜸이 조선 중종의 왕비 문정왕후가 아들 명종을 위해 주문한 ‘약사여래도’다. 비단에 금물(金泥)로 그린 화려한 그림의 가운데 약사여래가 앉았고 보는 이 입장에서 오른쪽은 방아 찧는 토끼가 새겨진 보관(寶冠)을 쓴 월광보살, 왼쪽은 삼족오가 그려진 보관을 쓴 일광보살이이다. 약사여래를 보필하는 양쪽 보살은 달과 태양처럼 밝은 덕과 지혜의 상징이다. 박물관 소장품이자 보물 2012호로 지정된 이 유물의 원래 이름은 ‘회암사 명 약사여래삼존도’인데, 문정왕후가 1562년 경기도 양주 회암사의 낙성식에 맞춰 제작한 400점의 불화 중 하나다. ‘약사삼존’을 검색하면 곧장 찾을 수 있다. 고려 불화의 전통 속에 격조있게 그려졌고, 조선 최대 규모의 왕실 사찰에서 발주한 역사적 상징성도 높은 그림이다. 어찌나 정교한지 그 정성에 병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세밀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약사여래 손 위의 약함이 사라졌다는 것. 화려했던 회암사도 지금은 터만 남았다.

고종이 왕세자의 천연두 완치를 기념해 잔치한 것을 그린 ‘왕세자두후평복진하도’ 중 왼쪽 그림.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고종이 왕세자의 천연두 완치를 기념해 잔치한 것을 그린 ‘왕세자두후평복진하도’ 중 오른쪽 그림.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박물관의 또 다른 소장품인 ‘왕세자두후평복진하계병(王世子痘候平復陳賀契屛)’은 고종이 훗날 순종이 될 왕세자가 천연두에서 회복한 것을 축하하며 1879년 12월 28일에 연 잔치 장면을 그린 8폭 병풍이다. 신성한 왕의 모습을 감히 그리지 못한 채 빈 의자로만 표현된 순종과 왕세자 자리를 가운데 두고 수백 명의 신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왕세자가 병중에 있을 때 궁궐을 호위했던 창덕궁 관원들이 발의해 제작했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전 국민이 다시금 일상의 평온을 되찾았을 때도 이처럼 기뻐하길 바라본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