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금융감독 분야 감사에 착수하기로 하고 금융업계에 여과 없는 제보를 요청했다. 감사원이 유관기관 감사 준비에 착수하면서 협회를 통하지 않고 개별 금융사의 직접 제보 창구를 개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을 강도 높게 묻기 위해 날 것 그대로의 업계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감사원 산업금융3과는 최근 각 금융 관련 협회 및 금융사에 제보 접수를 위한 휴대폰 번호가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산업금융3과는 금융위원회와 소속기관, 금융감독원과 출자 법인 등에 대한 감사사항을 전담하는 부서로 공문에는 제도개선 의견 등 감사원에 개진할 의견이 있을 경우 휴대폰 번호로 직접 문자를 보내면 되며 감사원에서 직접 연락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개별 금융사에는 협회를 통하지 않고 감사원에 직접 연락을 해줄 것을 재차 강조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금융상품(DLF) 및 라임 사태 등으로 감독당국과 업계가 불협화음을 내는 가운데 감사원이 이례적으로 업계 의견 청취에 나선 것은 감독당국의 책임을 강도 높게 묻는 것은 물론 금융감독 체계 전반의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달 감사원은 ‘금융소비자 보호시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고 금융위원장에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제도 개선 방안 및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 협회라고 해도 반민반관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협회를 통할 경우 신랄한 문제 제기와 제보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에 이어 감사원까지 강도 높은 감사를 벌이는 것을 보면 그만큼 감독당국의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했다. 당초 금감원에선 이달 말께 감사가 시작될 것으로 봤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감사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관측된다.
이와 관련,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의 본감사가 시작되면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감사원의 이 같은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해 당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대규모 감찰을 받고 있는데다 감사원까지 고강도 감사를 예고하면서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몫이었던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자리까지 금융위에 빼앗긴데다 이례적인 민정 감찰과 고강도 감사까지 겹치다 보니 업계에서는 금감원에 대한 청와대의 비판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은영·이태규기자 supia92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