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서구에서 본격적으로 확산하고 국제유가까지 폭락하면서 9일 오후 들어서도 국내 증시가 하락폭을 오히려 키우고 있다.
9일 오후 2시 8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4.10%(83.64포인트) 하락한 1,956.58을 기록했다. 2.90%(59.20포인트) 하락한 1,981.02로 개장해 하락폭 키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인이 1조1,794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조705억원, 1,675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2011년 8월 10일(1조2,759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코로나19가 유럽·미국·일본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 사실상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단계로 접어드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흔들린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의 코로나19 진원지가 된 이탈리아는 8일(현지시간) 하루에 확진자가 7,375명으로 무려 1,492명(25%) 급증했고 사망자도 133명이 늘면서 한국을 제치고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사망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미국에서도 8일(현지시간) 오후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512명, 사망자가 21명으로 늘었으며, 크루즈선 ‘그랜드 프린세스’호에서는 의심증상자 46명을 검사한 결과 절반 가까운 2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밖에 중동 13개국에서도 확진자 수가 6,000명을 넘기고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도 확진자 수가 계속 늘면서 코로나19가 이미 사실상 팬데믹 단계로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고 미국 CNN,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전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에서는 대체로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완만해진 가운데 유럽과 미국 위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향후 추이에 따라 세계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주요 산유국이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해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도 증시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전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2.5달러로 전장보다 21% 폭락했다.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간) OPEC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와 관련해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하지 못하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원유 수출가격을 대폭 낮추고 내달부터 산유량을 늘리기로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미국 셰일오일·가스 업체들과 남미 등 원자재 생산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국내 증시도 건설·조선 등 유가 관련주를 중심으로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삼성전자(-4.25%) SK하이닉스(-5.83%), 네이버(-5.85%), LG화학(-5.75%), 셀트리온(-0.85%), 현대차(-5.43%), 삼성SDI(-6.64%), 삼성물산(-4.17%) 등 대부분이 하락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0.20%)만 올랐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 역시 전일 대비 3.97%(25.52포인트) 하락한 617.20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일 대비 1.80%(11.59p) 내린 631.13으로 개장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개인이 1,9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외국인과 기관이 1,331억원, 500억원어치를 각각 팔아치웠다.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모두 2~7% 낙폭을 기록하며 하락했으나, 셀트리온헬스케어만 1.04% 올랐다. 진단키트 테마주인 씨젠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숨에 코스닥 시총 7위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당분간 국내 증시는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추세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서상영 연구원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사례를 보면 확진자가 급증할 때 지수도 변동성이 커졌다”며 “그러나 확진자 증가 폭이 둔화하면 증시는 안정을 찾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확진자 수 증가가 둔화해 공포심리가 완화되면 지수가 평가가치(밸류에이션) 하락에 기반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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