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은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위축이라는 파고를 만난 수출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또 소비자물가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석유류 가격이 떨어지면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유가의 추가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을 흡수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오일머니가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유가 하락이 거시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 2월 품목별 수출입 동향을 보면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의 수출은 각각 9.7%, 0.9%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석유화학의 수출단가가 톤당 1,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7%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석유제품의 수출단가 역시 같은 기간 배럴당 71.8달러에서 65.5달러로 8.7% 감소했다.
통상 유가가 하락하면 기업은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수출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원유수입국인 만큼 유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투자 여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의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수출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는 세계 경기의 둔화 흐름과 국제유가 하락이 겹쳤다는 것이 문제”라며 “유가가 낮아지는 것이 긍정적이라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3%가량으로 낮기는 하나 중동 지역으로 향하는 자동차나 철강·디스플레이 등 품목의 수출 역시 현지 수요 위축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우려되는 요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 수요 위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 하락이 공급 측 물가도 끌어내리면서 물가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이달 3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0%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1.5%로 상승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달 다시 1.1%로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2014년 7월 이후 미국·유럽 및 일본 등 주요 수입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한 바 있다.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하락한 유가가 다시 상승하는 데 3개월이 소요됐던 점을 감안하면 올 1·4분기까지 저물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종=조양준기자 백주연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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