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최대 집단발병 사례인 구로구 콜센터가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발생한데다 감염된 직원들이 서울·인천·경기 등 각지에 거주해 지역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73명 이상의 확진이 확인된 데 이어 전체 직원인 550여명과 건물 내 다른 입주민에 대한 검사는 아직 진행되고 있어 추가 확진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우려한 대로 이곳에서 비롯된 감염이 각 거주지역으로 확산될 경우 대구·경북에 이어 제3의 유행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및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8일 첫 발병 이후 신도림동 콜센터의 확진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서울과 인천·경기도는 이날 합동 브리핑에서 64명이라고 발표했지만 밤까지 확진자가 추가되면서 오후11시 기준 73명 이상으로 늘었다. 서울 은평성모병원(14명)을 넘어선 수도권 최대 규모의 감염 사례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전체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수도권에서의 집단감염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 다수의 감염 사례가 나온 것은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지속적으로 통화하며 업무를 보는 금융사 콜센터의 업무환경이나 속성 때문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번 구로구 콜센터의 경우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업무에 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직 감염경로나 접촉자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으로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확진자들이 나온 11층에는 이들을 포함해 모두 207명이 근무했다. 보건당국은 11층 직원들에 대한 검사를 우선 실시한 뒤 전체 콜센터 직원 550여명의 추가 확진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신천지교회와의 연관성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권 부본부장은 “아직 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를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초발 환자의 경우) 3월4일쯤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확진자들의 거주지가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 등으로 달라 2·3차 감염이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확진자 중에는 콜센터 직원의 가족 등 2차 감염 사례 4건도 포함됐다. 특정 지역본부에 모여 교육을 받고 흩어지는 보험회사 업무의 특성상 전파가 더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경북의 진정세로 전국의 신규 환자가 크게 줄고 있음에도 서울과 경기 등의 확진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불안을 키운다. 경기도 성남에서는 분당제생병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확진자가 한 명 더 늘어났다. 신규 확진자는 분당구 이매동에 사는 65세 남성으로 분당제생병원의 첫 확진자인 76세 남성이 2일 방문한 야탑동 내과의원 원장이다. 고양시 일산에서는 호흡곤란으로 일산백병원을 찾은 56세 여성이 코로나19 1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고 2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 여성이 머물렀던 응급실은 임시폐쇄됐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최근 매일 두자릿수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합산 인구가 2,500만여명으로 밀집도가 높은 만큼 바이러스 전파 속도도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빠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환자 수만 늘어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사망자도 증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병상 확보 문제도 시급하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수도권에서도 중증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면 병상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대구와 같은 상황이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서울시는 경기·인천 등과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브리핑에서 서울·경기·인천·구로구 역학조사관과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구성,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공유, 수도권 민간 콜센터 현황 공유 등을 공동대책으로 제시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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