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0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식시장의 동반 급락, 국제유가 하락과 교역활동 후퇴 등의 매크로(거시경제) 환경 변화는 2020년 주식시장에 대한 기존 전망을 고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센터장이 이 같은 진단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의 가까운 미래에 위협이 되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감염 확산과 지난 2년간의 미중 무역분쟁 이슈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봤다. ‘악재’에 견딜 내구력도 떨어진데다 ‘가계’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다르다는 의미다.
김 센터장은 “지난 2년 동안 세계 경제를 괴롭힌 무역분쟁 악재는 거시적으로 교역활동(수출), 미시적으로 기업실적 및 재정수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면서도 “잉여자금이 풍족했던 지난해까진 무역분쟁 악재에 견딜 힘이 있었고 글로벌 주식시장의 충격도 제한되는 도움을 받아왔다”고 해석했다. 지난 2015~2017년 세계 경제가 최대 호황을 누린 덕분에 ‘면역력’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장기화 조짐을 보였던 무역분쟁이 제거됨으로써 2020년부턴 경제가 정상화돼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 기대를 주식시장이 반영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악재가 등장했는데 이들의 충격범위가 무역분쟁보다 컸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센터장은 “코로나19 악재는 거시적으로 소비(내수)에 영향을 줬고 이는 미시적으로 소득과 교역을 위협했다”며 “지난 2년 동안 매크로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던 가계가 위협받게 됨으로써 미래의 경제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주식시장은 가격조정이 불가피하고, 의미를 확장해 본다면, 가치 조정까지 고민해야 할 충격에 빠진 것”이라는 게 김 센터장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그는 “위험자산의 시가총액이 26조달러 수준으로 하락한다면 추가 하락 위험은 무려 28%에 달할 것”이라고 추론했다. 현재 위험자산의 시가총액은 35조9,000억달러, 안전자산 발행 총액은 25조8,000억달러에 달한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 이어 “(코로나19가) 2분기 이상 지속될 경우 위험자산에 대한 가치조정을 고민해야 한다”며 “현금 비중을 최대한 높여 정상화 국면 진입 시 가용 투자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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