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적 예술가 백남준(1932~2006)의 사후 최대규모 회고전이 지난해 10월 영국 국립미술관 격인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해 지난달 9일까지 열린데 이어 오는 14일(현지시간)부터 네덜란드로 옮겨간다.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인 스테델릭미술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네덜란드 최대 규모의 백남준 개인전인 ‘미래는 지금이다(The Future is Now)’를 14일부터 8월 23일까지 개최한다고 최근 밝혔다.
스테델릭미술관과 백남준의 인연은 각별하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독일로 가 1963년의 첫 전시로 ‘비디오아트’의 시대를 연 백남준은 뉴욕으로 근거지를 옮겨 활동하던 중 1977년 스테델릭미술관의 초청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미술관과 백남준이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동료작가 마리 바우어마이스터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바우어마이스터는 백남준이 독일로 건너간 1950년대 말에 처음 만나 평생을 교류한 예술적 동지다. 백남준이 음악가에서 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로 전향하던 시기를 지켜보며 뉴욕에서도 교류했다.
백남준의 전시를 연 이듬해 미술관은 1974년작 ‘TV부처’를 소장품으로 사들였다. 이는 유럽의 공립미술관이 백남준의 작품을 구입한 첫 사례였다. 스테델릭은 이 작품을 기점으로 시간기반(time-based)의 미디어작품들을 전략적으로 수집했고 현재는 미술관을 대표하는 컬렉션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전시를 맡은 레온틴 쿨러베이(Leontine Coelewij) 스테델릭미술관 전시큐레이터는 “‘TV부처’를 비롯해 총 4점의 백남준 작품을 소장한 스테델릭 미술관과 백남준의 인연이 오래된 전시의 의미가 각별하다”면서 “1895년 건축됐고 이후 증축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춘 미술관은 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같은 공간 특성을 반영해 백남준의 작품들이 16개 전시실에 주제별로 전시된다”고 소개했다. ‘TV부처’를 시작으로 자연과 기술의 공존을 표현한 ‘TV가든’ 등이 선보이며,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 때 선보인 작품이자 이번 회고전을 위해 복원된 ‘시스티나 성당’은 미술관 내 명예의 전당(IMC gallery)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지원해 눈길을 끈다. 백남준의 저작권 상속자인 켄 백 하쿠타(한국명 백건)와 국내 미술계의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세계 순회전에서 한국이 배제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지적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공공외교 지원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해 런던에서 226점의 작품 및 아카이브와 함께 첫 선을 보인 백남준의 회고전은 이숙경 테이트모던 큐레이터와 루돌프 프릴링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큐레이터가 기획한 것으로 영국,네덜란드를 거쳐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과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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