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정보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464.94포인트(5.86%) 폭락한 23,553.2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140.85포인트(4.89%) 추락한 2,741.38, 나스닥은 392.20포인트(4.7%) 떨어진 7,952.05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월12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서 20% 이상 폭락했다.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추세 하락을 의미하는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2009년 이후 약 11년간 이어진 장기 강세장이 마침내 막을 내린 셈이다. S&P 500 지수와 나스닥도 종가 기준 약세장 진입이 코앞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시장은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응한 각국 부양책에 주목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코로나19에 대해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WHO는 코로나19가 통제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감염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지 않아도 큰 폭 하락하던 다우지수는 WHO 발표에 낙폭을 더 키워 약세장으로 진입했다. 미국에서는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대규모 집회가 금지된 것을 비롯해 코로나19에 따른 혼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충격에 맞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긴급 인하하고 중소기업 대출 지원 제도도 도입했다. 영국 정부는 300억파운드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발표했다.
다음날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도 부양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럽연합(EU) 정상들에 코로나19 사태에 통화와 재정 정책을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 부양책이 아직 구체화하지 못한 점이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미국 정부는 전일 부양책 패키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에 백악관이 의회 입법 없이 정부 재량으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 다음달 15일인 세금 납부 기한을 연기해 2,000억달러 규모의 지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다급하게 움직였다. 연준은 이날 하루짜리(오버나이트)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운영 한도를 1,750억달러로 확대했다. 연준은 지난 9일 오버나이트 레포 한도를 1천500억 달러로 올렸던 데서 이날 재차 확대했다. 연준은 또 1개월짜리 기간물 레포도 각각 500억달러 한도로 세 차례 신규 운영키로 하는 등 단기자금 시장 유동성 공급을 긴급히 늘렸다.
이 같은 조치도 시장의 극심한 공포를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충격으로 S&P 500 지수가 전일 종가에서 15% 더 추락할 것이란 경고를 내놨다.
국제유가도 급반등한 지 하루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0%(1.38달러) 내린 3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4.19%(1.56달러) 하락한 35.66달러에 거래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에 속도를 내면서 국제유가는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리야드 주식시장(타다울) 공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최대 산유 능력을 현재 일일 1,200만 배럴에서 100만 배럴 더 올려 1,300만 배럴로 상향하라는 에너지부의 지시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금값은 1%대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1.1%(18달러) 떨어진 1,642.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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