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은행(IB)이 우리 정부가 발표한 고용 통계가 ‘착각’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많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의 고용지표가 겉으로는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젊은 층의 실업률은 증가해 질적으로는 오히려 악화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경제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고용지표가 ‘불길한 징조’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강한 경제적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일본계 IB인 노무라증권은 12일 보고서를 통해 전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이 ‘긍정적인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번 국내 고용 통계에 대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한국의 전체 실업률이 감소가 구직포기자(비경제활동인구)와 60세 이상 취업자 수의 증가에 따른 것”고 강조했다.
전일 통계청은 지난달 국내 실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5만명(11.5%) 감소한 115만3,000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순수 경기적 요인만을 반영한 실업률을 뜻하는 계절조정실업률도 1월 기록한 4.0%에서 0.7%포인트 감소한 3.3%로 낮아졌다. 이는 고용시장이 호조라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노무라증권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60세 이상 노동자의 실업률은 지난달 전월(4.7%) 대비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한 1.9%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노동자의 실업률은 8.0%에서 8.2%로 증가했다. 취업자의 연령층을 나누어보면 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과 비교해 12.6%나 늘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노무라증권측은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가 장려하는 고용연장이 오히려 젊은 노동자들을 고용시장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며 “젊고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들에게 한국의 고용시장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고용시장의 양극화가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주 노무라증권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0.2%에 그칠 수 있다고 말한데 이어 골드만삭스 역시 이날 코로나19 충격과 함께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에서 1.0%로 낮췄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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