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034020)이 유휴인력에 대해 일부 휴업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일. 두산중공업 직원 A모씨는 회사에 사표를 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미래가 끊기면서 기대도 꺾였어요. 10조원 규모의 수주가 정부 정책 전환으로 증발했습니다. 회사가 입은 피해만 있고, 청구서를 낼 곳이 없어요.” A씨의 얘기다.
기간산업체 두산중공업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더 이상 소극적인 조치만으로는 한계에 도달했고, 결국 보다 실효적인 비상경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두산중공업의 위기를 모두 정부 탓으로만 돌리지는 않겠다. 세계 발전 시장의 침체와 무리한 계열사 지원도 문제였다. 그러나 두산중공업의 미래이자 ‘호흡기’ 역할을 했던 원전 부문의 일감을 끊어낸 것은 온전히 정부의 책임이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7조원)와 석탄화력발전소 3기(3조원) 수주 물량이 탈원전 정책으로 8차 계획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두산중공업의 원전 공장 가동률은 올해 10% 미만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취소에 따른 매몰비용은 최소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두뇌를 투자해 만든 세계 최고 기술을 버린 대가는 참혹하다.
두산중공업은 영업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사업조정·유급휴직·명예퇴직 등 다양한 자구노력을 벌여왔지만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다. 협력사들은 일감이 끊기며 고사(枯死)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자해(自害)’ 청구서가 쌓여가지만 정부는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에너지 전환 정책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금액은 과거 대비 변화가 없다”며 변명에 급급하다. 두산중공업의 미래 수주 백지화에 대한 청구서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정작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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