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또다시 폭락하면서 8년5개월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추세에 유가 붕괴까지 겹치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은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때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패닉셀(공황매도)’에 나섰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87%(73.94포인트) 떨어진 1,834.33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1,808포인트까지 떨어지면서 2015년 8월25일(1,806) 이후 장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5.39%(32.12포인트) 폭락한 563.49로 마감해 지난해 8월6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시장 전체의 상장종목 2,251개 중 94%인 2,120개가 이날 하락 마감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 나섰지만 시장에서 기대한 만큼의 경기 부양책이 나오자 않자 실망감이 커지면서 폭락장이 연출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200선물이 기준가격보다 5% 넘게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 변동성지수가 43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공포가 장을 지배했다. 국내 증시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2011년 10월4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8,971억원의 강한 순매도를 이어가며 증시 폭락을 주도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코로나19로 국내에서 주식을 본격적으로 팔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9조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9~11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8조9,2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외국인이 대규모 주식 매도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13원50전 오른 달러당 1,206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좌우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 안정 등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수 있는 요건이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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