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로 왔다’는 25톤 덤프트럭 운전기사 한모씨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받으려면) 운수회사에서 관련 증명 서류가 (필요한데) 아직 넘어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다”며 연신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한씨는 “성남 분당구 정자동의 공사 현장에서 주로 일했는데 지난달 말 공사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문을 닫아버려 일감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매달 캐피털사에 덤프트럭 할부금으로 270만원을 내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일단 정부 지원을 받으면 이것부터 메워야 한다”면서 “할부금을 못 갚으면 돈을 벌어야 할 트럭 자체를 압류당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중부센터에서는 한씨와 같은 소상공인 약 200명이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신청했다. 한창훈 센터장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인력이 추가돼 하루 150~200명씩 소상공인 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의 피해가 심각한 만큼 신속하게 조건을 확인하고 접수 속도를 높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기실에는 자금 신청을 위해 서류 작성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동대문에서 신발 도매업을 하는 이모씨도 남편과 센터를 찾았다. 이씨는 “이미 동대문 패션 상가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지난달부터 쇼핑몰 전체가 단축 운영을 시작했다”며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은 완전히 사라졌고 중국인이 있을까 봐 한국인조차 동대문에 오지 않아 완전히 죽을 맛”이라고 푸념했다. 그는 “원래 지방, 특히 대구 지역에서 신발을 받아다가 파는 손님이 많았는데 한 달 동안 단 한 명도 올라오지 않았다”며 “70세 먹은 노인들이라 인터넷은 못하고 센터들도 바쁜지 전화 연결이 잘 안 돼 일단 오늘 사업자등록번호만 들고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동대문에서 옷 소매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도 “원래 오전4시30분까지 장사했지만 요즘은 자정이면 문을 닫는다”면서 “19년째 옷 장사를 했지만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 개시(하루 첫 판매)조차 못 한 게 몇 주째인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원금이 얼마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오는 대로 월세와 밀린 대금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버티다 못해 직원을 감축했다”는 소상공인도 많았다. 은평구에서 실내 세차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원래 4명이던 직원을 1명으로 줄였다. 그는 “지금은 장애를 가진 관리 직원 한 명만 남아 사실상 혼자서 세차 일을 하고 있다”면서 “차 타고 외출하고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하는데 그런 수요가 다 죽어 하루 30대에서 5대로 세차 일감이 확 줄었다”고 말했다.
황학동에서 주방 용품 도매 사업을 하는 조모씨는 안팎으로 어렵다. 중국 남부에 있는 그릇 공장에서 물량을 전량 수입하는데 지난 춘제 이후 공장이 멈추면서 공급이 뚝 끊겼다. 거기에 주로 식기를 납품하던 호텔이나 컨벤션에서는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판로 역시 막혔다. 조씨는 “제조와 판매 양쪽에서 다 꽁꽁 묶여 배겨낼 재간이 없다”면서 “직원이 딱 10명인데 출근해도 일거리가 없으니 서로 눈만 멀뚱멀뚱 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꼭 자금 지원을 받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직원들이 다들 속으로 ‘내가 일을 그만 둬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최대 7,000만원 대출 지원을 받아도 한 달 남짓 직원 임금밖에 되지 않지만 우리로서는 정말 필요한 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소상공인의 절실한 마음과는 달리 자금 집행에 걸리는 시간은 지금보다 더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자금 신청이 급증하면서 2주가량 걸리던 집행 기간이 한 달, 센터별로는 두 달 이상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의 마음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센터로부터 확인서를 받았다는 한 자영업자는 “이제 은행 심사를 신청할 것”이라며 “기대한 만큼 자금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피 같은 고정비를 아낄 수 있도록 빨리 심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다른 자영업자는 센터 직원에게 “신규 대출 지원뿐만 아니라 기존 대출이자를 줄여주는 등 당장 효과가 나는 대책도 수립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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