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색의 어두운 화면에 배우 정해인이 등장한다. 두 손에는 명품 가방이나 구두를 포장하는 더스트 백이 들려있다. 말없이 화면을 응시하던 그가 “풀어봐”라고 한 마디 내뱉자 더스트 백이 풀리면서 치킨 박스가 등장한다. 이 영상은 오븐 프라이드 치킨 브랜드 ‘푸라닭’이 선보인 광고로 15초짜리 티저 광고에서 주인공인 치킨은 10초가 넘어서야 등장한다. 마치 패션 광고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로 관심을 끌면서 방영 3일 만에 일부 가맹점에서는 치킨 메뉴 전체가 품절되기도 했다.
다채로운 색을 활용하거나 음식을 내세우는 기존 공식을 깨고 ‘브랜드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 식품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독특한 콘셉트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매출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색 식품 광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제일기획(030000)과 함께 첫 번째 브랜드 광고를 선보인 푸라닭은 광고 전반에 검은색을 입혀 음식의 맛깔스러운 색을 화면에 담아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기존 식품 광고들과 차별화했다.
통상 검은색은 자동차나 럭셔리 브랜드에서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주로 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푸라닭이 더스트 백 형태의 포장 패키지 등에 검은색을 사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구축해온 점에 착안해 광고를 기획했다”며 “치킨만 본연의 색으로 보여주면서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도 노렸다”고 설명했다.
농심(004370) ‘짜왕’ 광고도 최근 ‘쓸고퀄(쓸데없이 높은 퀄리티의 준말)’ 광고로 주목받고 있다. 영화 ‘관상’을 패러디해 B급 유머 코드를 선보이고 라면을 먹는 장면은 마지막에만 등장한다. 피자헛도 가수 양준일이 자주 취하는 자세(양팔을 벌리고 있는 자세)의 미스터리를 밝혀낸다는 스토리로 호기심을 유발하며 약 1분의 광고에 피자는 50초쯤 되어서야 등장한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유명한 모델에 전적으로 의존했던 기존 식품 광고 방식에서 탈피해 모델과 브랜드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담은 광고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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