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꽂이-유감스러운 생물, 수컷]멸종 피하기 위한 '수컷의 비애'

■후지타 고이치로 지음, 반니 펴냄





최근 중국의 한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관해 “여성 환자는 남성 환자에 비해 증상이 상대적으로 약할 뿐만 아니라 잠복기도 더 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성들의 항바이러스 면역력이 남성보다 강하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이 분석한 이유였다.

전 세계를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몰고 간 코로나19 사태에서도 드러난 ‘수컷의 비애’는 종을 넘나든다. 신간 ‘유감스러운 생물, 수컷’은 문명의 발전이 이룬 편리하고 쾌적한 현대사회가 남성에게는 더욱 살기 힘든 세상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기생충 박사이자 생물학자인 저자는 1960년대 이후 여성의 자살률은 34% 감소한데 비해 남성의 자살률은 16% 증가했다는 통계를 들며 위협의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을 향해 동물에서의 배울 점을 설파한다.

아름다운 공작새는 수컷이다. 멋진 외모로 암컷을 유혹한다. 몸길이의 두 배가 넘는 아름다운 꽁지 때문에 날지 못하고, 그렇기에 천적의 눈에 띄어도 달아날 길 없는데도 오직 ‘인기’를 위해 아름답게 진화했다. 수컷 양들은 암컷에게 강인함을 보여주기 위해 피가 날 정도로 서로 머리박기를 한다. 수탉은 볏이나 육수(肉垂)가 클수록 암컷을 매혹하기에 유리하지만, 이로 인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많아지면 면역계 기능은 약해진다. 결국 수컷들은 “생명을 내놓으면서까지 필사적으로 인기를 얻으려고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다.



유니패런스라는 도마뱀은 배란기 전에는 암컷으로 살다가 배란이 끝난 후에는 수컷으로 행동한다. 저자는 “교미를 하던 조상과는 달리 수컷이 불필요해진 이 예를 통해 인간들도 앞으로 오랜 시간이 흐르면 남자라는 존재를 버리고 마침내 여자들만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무섭게 경고한다.

사실 진화의 과정에서 수컷과 암컷에 의한 유성생식은 외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성 확보의 방편이었다. 문명의 발달이 외적 환경을 통제할 수 있게 했으니 더 이상 유성생식이 필요없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암컷을 등쳐먹는 수컷이나 생식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수컷, 성을 바꿔버리는 생물 등 언뜻 바보처럼 보이는 수컷들의 행동이 멸종을 피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었음에 주목한다. 책은 “여러 가지 수컷의 유감스러운 행위야말로 원초적인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고 생명을 이어오게 한 원동력”이라는 결코 유감스럽지 않은 결론으로 마무리한다. 1만3,8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