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금융당국이 긴급대책으로 내놓은 공매도 금지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장하락 요인으로 꼽혔던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이를 상환하는 쇼트커버링(상환 매수)이 늘어 대차잔액이 높은 종목들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됐지만 제도 적용 첫날부터 대부분의 종목이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서 자사주를 매입하려는 기업은 크게 늘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수혜가 점쳐졌던 호텔신라(-5.99%), 하나투어(-5.44%), LG디스플레이(-4.42%), 셀트리온(-2.93%), 두산인프라코어(-2.71%), 롯데관광개발(-0.42%) 등이 일제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케이엠더블유(-4.04%)와 헬릭스미스(-2.27%) 등의 주가가 내렸다. 이들 종목은 모두 시가 총액 대비 공매도 잔액이 5% 이상으로 높은 편에 속해 공매도 금지에 따른 수혜주로 지목돼왔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 당시에도 공매도 금지의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쇼트커버링으로 예상되는 지수의 상승이 소폭 관찰되기는 했지만 이후로는 횡보 또는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가 지수레벨의 상승을 유도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증시 안정을 위해 이날부터 6개월간 모든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한편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를 방어하려는 기업은 크게 늘었다. 이날 장중에만 18곳의 기업이 자사주를 직접 매입하거나 자사주를 취득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주 공매도 금지 대책과 함께 금융위원회는 현재 발행주식의 1%인 자사주 1일 매수 한도에 대한 제한을 6개월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 또는 소각을 통한 주주 가치 방어에 적극적인 기업들이 더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설 수 있게 됐다”며 “일부 매입 여력이 있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사주 취득이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대한해운(-6.02%)과 유니드(-2.46%) 역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는 등 주가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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