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부담을 키우는 새 보험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시기를 2023년 1월로 1년 연기할 수 있을지 여부가 18일 0~1시께 판가름난다.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 보험사들이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1년의 시간을 더 벌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17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이사회는 이날 IFRS17 연기 방안을 단독 안건으로 상정하고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IASB는 IFRS의 제·개정을 담당하는 IFRS 재단 산하 기구로 찬반 투표에서 IASB 위원 14명 중 9명 이상이 IFRS17 도입 연기에 찬성하면 당초 2022년 보다 1년 늦춘 2023년으로 도입을 늦추게 된다.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18일 오전 1시 전후에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는 1년 연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IASB가 이사회를 앞두고 공개한 ‘스태프 페이퍼(Staff Paper)’에 IFRS17 시행을 위한 보험사들의 전산시스템 도입이 미흡하며 이를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 체계와의 연계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등 연장 필요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서다. 앞서 IASB는 IFRS17 도입을 위한 준비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보험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2021년이었던 시행 시기를 2022년으로 늦춘 바 있다.
물론 불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8년에 이어 또 한 차례 IFRS17 도입시기를 미룰 경우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낳을 수 있어서다. 일부 외신에서 “보통은 스태프 페이퍼의 권고사항을 따르지만 이번 만큼은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 업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복합 위기로 전 세계가 유례 없는 초저금리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험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IFRS17 연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 감소했다. 이는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보험 계약으로 이차역마진이 확대되고 있는 생보업계는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직격탄을 맞았다. 생보사들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전년 보다 22.8% 줄어든 3조1,140억원에 그쳤고 보험영업손실만 24조4,198억원에 달했다. 회계 제도 변경으로 건전성 지표 산출 기준이나 책임 준비금 평가제도 등이 강화될 경우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원가 방식과 달리 시가 평가 방식을 도입하면 가파른 시중금리 하락으로 부채 규모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춰 자본을 쌓으면 쌓을수록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