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숙박업 등 관광업계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약 500억원 규모의 무담보 특별융자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융자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관광업체를 위해 1년 동안 상환을 유예해주는 한도도 현행 1,000억원에서 3,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관광업계 긴급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주 중 코로나19 대응책의 일환으로 이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관광 분야 500억원 특별융자 지원=우선 정부는 관광기금을 활용해 500억원 안팎의 특별융자를 지원한다. 앞서 지난달 17일 관광업계 특별융자(500억원)를 신설한 데 이어 코로나19로 업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같은 규모의 금융지원 카드를 또 한번 꺼내는 것이다.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1~8등급의 신용등급을 받은 관광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이 특별융자의 금리는 1%이며 지원 한도는 2억원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금 계획 변경을 통해 5,500억원에서 6,300억원으로 늘린 관광산업융자 예산을 활용해 지원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융자 만기 도래 시 선착순으로 상환을 1년 유예해주는 한도도 현재 1,000억원에서 3,000억원 정도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존의 관광기금 융자를 지원받고 공고일 기준으로 1년 이내에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이 대상이다.
정부가 이처럼 관광업계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여행·숙박업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부터 이날까지 각 지방자치단체나 자치구에 폐업을 신청한 여행사는 120곳에 달한다. 또 2019년 기준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4%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인 여행객은 올해 2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76.1%나 급감했다.
◇LCC에 4,000억원 무담보 대출=이에 따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긴급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관광업계의 특별융자와 상환유예 확대 등의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우선 긴급 자금수혈을 통해 업계 피해를 최소화한 뒤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 관광 활성화 대책을 추가로 마련해 소비 진작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7개 저가항공사(LCC)에 4,000억원 내외의 자금을 무담보로 대출한다. 우선 긴급경영안정자금 최대 3,000억원이 지원된다. 이 가운데 산은은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에어부산 등 LCC들에 400억원을 이날 지원했다. 티웨이항공에 긴급 운영자금 60억원을 무담보로 승인했고 에어서울·에어부산에 대해서도 아시아나항공 등을 통해 각각 200억원, 140억원 규모로 지원을 완료했다. 산은은 LCC에 대한 추가지원 및 그 외 LCC 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에 대해서도 심사절차를 거쳐 최대한 신속히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산은과 수출입은행·시중은행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최대 2,000억원을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출) 형태로 지원한다. 현재 산은·수은 등이 시중은행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지원금액은 2,000억원에 못 미칠 수 있다. 지원 규모는 제주항공의 인수 계약금 545억원에다 이스타항공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을 고려해 정해진다. 산은이 신디케이트론에 얼마를 투입할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책은행이라는 특성상 1,000억원가량을 지원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세종=나윤석기자 박시진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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